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돌 음악이 방송을 점령한 시대, 서정시로 된 아름다운 성인 가요를 가꾸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대중음악 작사,·작곡가로 유명한 나유성 교수는 약이 되는 노래를 보급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 노래지도자과와 작사가 아카데미를 개설, 고급스런 성인 가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나유성 교수 이름 뒤에는 따라 붙는 직함이 많다. 본업은 대중음악 작곡가이자 작사가이지만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노래지도자과와 작사가 아카데미 주임교수이며 사단법인 대한노래지도자협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성인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고, 대형 엔터테인먼터사에 소속되어 있는 아이돌 가수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됐다. 요즘은 “성인가요를 띄우려면 노래교실로 가라”는 말이 유행이다. 노래교실에서 인기를 얻어야지만 입소문을 타고 발 빠르게 퍼지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오승근씨의 “내 나이가 어때서” 나 희승연 씨의 “안부” 등이 있다.
나유성 교수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노래교실의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대학교 사회교육원에 노래지도자과를 개설한 이유도 역량 있는 성인가요 지도자를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다. 노래는 사람의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병에 들게 하거나 병을 치유 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봅시다. 제가 어느 날 외출을 나갔다가 집에 왔는데 기분이 괜히 안 좋은 거예요. 왜 그런가 하루의 일과를 역추적 해보니 버스 안에서 싫어하는 노래를 들었어요. 그 불쾌한 느낌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거예요. 나의 정서와 맞지 않는 노래는 몸에 독이 되기도 하는 거죠.”
이 때문에 영국과 미국의 중상류층들은 매주 월요일에 1시간씩 음악치료를 하며 몸의 독소를 배출하고 한 주를 시작한다. 노래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유성 교수 역시 국내에 이러한 노래 치료의 효과를 알리는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를 느껴, 2007년 건국대 평생교육원 노래지도학과에서 강의를 했다. 수강생들이 몰리는 것을 보며 노래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그는 2010년에 경희대 사회교육원에도 노래지도자과를 개설했다.
현재 8기생들이 학업 중인데, 졸업생들은 문화센타 노래교실은 물론이고 전국 요양원과 노인복지관 등에서 치매환자,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노래치료를 통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7기 재학생 중 한 사람은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노래 교실에서 치유의 경험을 한 뒤, 노래지도자과 공부를 하며 현재 노인시설에서 노래지도자로 봉사하는 제2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나유성 교수는 “노인성 질환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이들이 노래치료를 통해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졸업생들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바로 노래의 힘”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노랫말 쓰는 작사가 더 많아져야
나유성 교수는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 국내 최초로 작사가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역량 있는 작사가를 배출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대중가요가 치유의 힘을 갖는 건 서정시와 같은 노랫말 때문이라고 했다. 추억과 향수 어린 노랫말을 통해 정서와 감수성이 풍요로워지고 뇌에서 질병을 치유하는 다이돌핀 이라는 호르몬 물질이 분비돼 병이 호전된다는 것인데. 다이돌핀은 감동을 느낄 때 생성이 되며 엔돌핀보다 무려 4000의 강력한 효가가 있다고 한다. 등단 시인이기도 한 나유성 교수는 단순한 유행 가사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작사가를 배출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에 노랫말을 붙이는 ‘시노사’라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나, 작사가아카데미를 통해 서정시로 가사를 쓰는 노래지도자를 양성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대중가요는 가사가 너무 퇴폐적입니다. 작사가로서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노래를 통해서 약이 될 수 있는 노랫말을 쓰려면 서정시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보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듣고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작사가를 배출하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사명 중 하나예요.”
대한노래지도자협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나유성 교수는 협회 회원들의 재교육을 위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경희대 소강당에서 무료 세미나를 열고 있다. 매 분기별로 노래 교재를 제작, 5,400 여명의 회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노래지도자 양성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나유성 교수는 “노래교실 교재에는 가사와 멜로디뿐만 아니라 음악성과 가창력까지 고려해 작품성 있는 노래를 엄격하게 구분한다.”며 “앞으로 전국에 지부를 개설하는 등 대한노래지도자협회 조직화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 사회교육원 노래지도자학과는 매년 2회 2월과 8월에 총 40명의 수강생을 모집한다.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노래지도자과 과정은 나유성 교수가 음악이론과 가창학, 기교법을 강의하고 노래지도교수법, 레크리에이션, 웃음치료, 음악치료, 실용댄스, 스피치 등 6명의 교수들이 노래지도자가 되기 위한 전문 강의를 하고 있다. 성별이나 나이, 학력 제한이 없으며 선착순으로 모집이 마감된다.
나유성 교수는 “이제 노래지도자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평생교육원에서 전문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약이 되는 노랫말, 좋은 멜로디를 선별하여 가르칠 수 있는 노래지도자를 배출해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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