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화문의 현판이 갈라지고, 숭례문의 나무기둥이 뒤틀리고 단청이 벗겨지는 등 복원작업을 마친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보며 국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침울하고 허탈했다. 숭례문, 광화문과 같이 궁궐이나 사찰, 웅장한 건축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대목장이라고 부르는데, 정부에서는 우리 전통 목조 건축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82년 대목장을 중요 무형 문화재 제74호로 지정해 전통을 잇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목장이 4~5명이 있다. 그중 현재 강원도무형문화재 21호, 숭례문 점검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홍완표 대목장을 만나 건축문화 사업과 전통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완표 대목장은 강원도 평창의 화전민 촌의 허름한 귀틀집에서 자랐다. 홍완표 대목장의 고향인 강원도는 예부터 궁궐, 사찰에 쓰이는 질 좋은 목재가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또한 폐쇄적인 지역적 조건 때문에 전통적인 건축기법을 고수하고 전승하기에 용이한 환경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른들이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며 성장한 홍완표 대목장은 1965년 고향집 인근에 있는 월정사대적광전 공사 때부터 본격적으로 목수 일을 배웠다.
조선 후기 경복궁 중건 시 활동했던 최원식 도편수의 계보를 잇는 조원재 선생의 제자 김명성 도편수 정대기 부편수의 가르침을 받아 전통 건축물에 눈을 뜨고 1976년에는 문화재수리기능자 대목 자격을 취득하며 이듬해 강릉 관음사 신축공사부터 도편수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1990년 ‘성주고건축’이라는 이름을 내걸기까지 ‘홍완표’라는 이름을 걸고 수십채의 건물을 지었으며 1993년에는 성주목재소를 설립해 목재 제재와 치목을 같이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50년 가까이 홍완표 대목장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사찰과 전통가옥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각 지역의 기후와 특색에 맞게 자재부터 설계와 시공에 이르기까지 홍완표 대목장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2006년에는 화재로 소실된 양양 낙산사 복원공사에 도편수로 선입되어 참여했다. 또 2009년에는 강원도무형문화재 제21호 대목장 기능 보유자로 선정되면서 강원도 1호 대목장의 영예를 안았다.
최대 한옥 원형회랑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다
홍완표 대목장은 지난 2010년 세계가 주목할 업적을 남겼다. 백제의 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롯데부여리조트의 콘도미니엄 앞에 대형 원형 화랑은 지은 것이다. 전체 면적 1092㎡, 둘레 117.181m(외측), 83.252(내측)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한국기록원을 통해 국내 최대의 한옥 원형 회랑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공식 인정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의 기법을 고스란히 적용해 한국 전통건축법식에 맞춰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모든 도리방향 부재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먹을 놓아 각도에 맞게 둥글리는데 굉장한 공이 들어간 작품이다. 원형회랑은 회랑 중심에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는데 사방에서 자유롭게 드나드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의미와 특징을 갖는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세련미와 전통의 고전미를 아우르는 건축물로서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은 홍완표 대목장이 이루어낸 쾌거이다. 그는 전통을 현대로 이어가는 노력으로 기록을 남기고 많은 이들이 후대에도 다시 전통을 구현해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고 싶다
“집을 혼자서 지을 수 없듯이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스님들, 선후배님 등의 도움이 컸습니다. 저 역시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장인으로서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먼 훗날 ‘어느 시대에 이 도편수가 훌륭했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나무를 지키는 대목장이 되고 싶다는 홍완표 대목장의 이 말은 점점 사명감을 가진 진짜 장인들이 사라져 가는 요즘에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광화문과 숭례문 부실 복원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사 책임자가 금강송과 국민 기증목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결과 광화문 1층 기둥 10개 가운데 5개는 금강송이 아닌 다른 목재가 사용되었으며 또 그는 숭례문 복원을 위해 기증받은 국민기증목 154본은 다른 공사에 사용하고 목재 값을 받았다고 한다. 금강송과 기증목 가치는 최소 1억 원이 넘는다. 대목장은 전국에 4~5명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례문, 광화문과 같은 국책 사업을 한 사람에게만 편중되어 맡기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복원과 관련된 국책 사업을 진행할 때에 전문의원이 감리역할을 하는 보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오천년 문화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이 담긴 국가의 귀중한 보물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전통을 현대로 이어가다
후진양성을 위해서 전통학교 전수관을 지어 전통건축법식의 계보를 이어주고 싶다는 홍완표 대목장은 올 하반기에 학교설립을 위해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도편수라고도 불리는 대목장은 과거 십 수 명의 목수를 진두지휘하여 건축을 완성시키는 책임자였다. 벼슬까지 얻는 중책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사찰과 전통한옥 등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는 것으로 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수자는 현재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 홍완표 대목장의 전통학교 설립은 국가적으로 매우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인으로서의 그의 사명감을 이어받아 우리나라의 전통과 보물을 지켜줄 제2, 제3의 홍완표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전통의 계승자로서 독점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알고 더 많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장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국내외 세상을 놀라게 한 고건축계의 역사인 홍완표 대목장은 이제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무형문화재를 넘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후대에 소중한 기술과 자료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장인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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