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단에서 김희진 작가만큼 존재감이 명징한 작가는 드물다. 올해만 해도 미국 시카고에서 AXIS 2013 INTERNATIONAL ART FESTIVAL을 성황리에 마쳤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서 한국현대작가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Calendario Zamenhof를 비롯해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홍콩 아트페어에 참여 중이다. 자유분방한 오브제와 거침없는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김희진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국화 특유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정형화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론과 형식의 논리를 취하고 있다. ‘가지다’에서 시작해 ‘담다’, 그리고 ‘나누다’로 이어지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최근 3년간 공유(共有, Share)의 테마에 안착되어 있다.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고를 하고 있을 때 상대방과의 교류, 나눔에 대한 가치관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공유란, 소유의 연장선이다. “진정한 소유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이지요. 내가 가지게 되면 집착하지만 함께 나누면 진짜 나의 소유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나누어 가짐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실한 가짐을 이루게 하는 크나큰 소유. 함께 하는 소유로 더 큰 공유를 이룬 김희진 작가의 작품은 현상계에서 보이지 않아 난해하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마음으로 보면 더욱 뚜렷하게 와 닿는다. 내면의 에너지를 소리없이 간직해두었다가 소리없이 눈맞춤하는 김희진 작가. 그러기에 표현에 한계가 없고 공간에 제약이 없다. “여러번의 주제의 변화를 겪었으나 공유는 끝이 없었어요. 끝없이 부족하다는 느낌?” 그녀에게 공유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추상과 형상이 상호작용하는 오브제의 아트
드로잉과 페인팅의 즉흥성, 그리고 우연성. 일상의 기물을 차용한 물성의 활용. 김희진 작가의 작품은 그 어떤 시·공간을 막론하고 오직 김희진이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재료에 구애를 받지 않는 그녀의 작품은 형태적인 부분이 아닌 재료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녹슨 못..이 못은 일부러 녹을 슬게 한 것이 아니라 서울숲 다리 보수 공사 현장에서 제가 직접 뽑아온 거예요. 못의 생명력을 소통하고 싶었던 거죠.” 한 때 소중하게 쓰여졌을 못이었으나 몇 년 지나 폐기 처분된 못 하나마저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 김희진 작가의 인간적 시각은 끊임없이 부족함을 채워주는 평화로움에 맞닿아 있다. “채색이나 색감은 표현의 제약이 따르거든요. 사물의 물성을 공유하니 제 표현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종이와 점토, 책을 기본적인 모티브로 가져가면서 말 이외의 활자, 나아가 매체를 표현하는 김희진 작가의 작업은 일상화된 작품설명과는 동떨어진 독창적 메시지를 나타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물체에 대한 상징, 그 공통적인 개념을 추출해 작품에 녹여내는 작업은 근본적인 모든 것은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공유하고 소통하라, 자아의 확장을 위해
마침, 눈에 들어온 김희진 작가의 큐브 작품이 더욱 형형하게 다가오는 것은 작가의 가치관이 확연히 드러난 때문이다. 하나의 큐브가 모여 또 다른 작품이 되는, 하나일 때보다 공유되면 더 명징히 와 닿는 공존의 화면. 평면 드로잉부터 입체와 설치에 이르기까지 한계를 두지 않는 아트의 연속이다. 이질적이나 다양한, 그러나 통일감있게 종횡을 아우르는 김희진 작가의 작품은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색감과 표현의 다양성을 망설이지 않는다. “제가 선호하는 블랙(Black) 하나만으로도 표현할 색상이 너무나 많아요. 이를테면 블랙에서 우리나라 먹(墨)의 색감을 가져와 더 발전시키는 방식이죠.” 심지어 다른 나라의 문화적 코드까지 가볍게 흡수하며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다양하면서도 독창적이다. “오직 지금,이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로잉으로 최대한 표현해야 할 때는 드로잉하고, 물성이 중요할 때는 물성을 사용하는.” 작업에 대한 규칙이나 틀이 없기에 공유의 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선을 다한 현재의 크기만큼 훨씬 더 나은 미래가 주어진다고 믿는 김희진 작가. 인터뷰를 마칠 무렵, 끝없는 열정과 몰입, 그리고 공존의 작품들이 새롭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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