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전이 오는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된다. 1998년, 2010년 이어 세 번째 한국 전시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매번 한국 사진전시의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역사의 교훈과 감동을 선사해 왔다. 특히 2010년 전시는 서울에서만 22만명의 유료 관람객을 기록하며,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수 시간 대기 끝에 전시장에 들어서야 했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의 보도사진 부문이 시작된 1942년 이후의 역대 퓰리처상 수상 사진들을 연도별로 소개하는 전시다. 특히, 각 사진에는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 따라붙어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연도별로 구성된 전시장을 돌고 나면 최고의 사진 작품이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지구촌 주요 뉴스와 근·현대 세계사를 익힐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순회하는 퓰리처상 사진전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전시이다. 2010년 공개 되었던 145점에서 234점으로 작품 수가 확 늘었다. 그 뿐이 아니다. 퓰리처상 사진과 얽힌 다큐 및 수상자 인터뷰 등이 추가 구성 되어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할 수 없는 명예, 퓰리처상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만들어졌다. 언론·문학·음악 등 3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며, 90여 년에 걸쳐 명성을 쌓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도사진 부문 수상은 1942년 처음 시작되어, 1968년 특종 사진(breaking news)과 특집 사진 분야(feature photography)로 나뉘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2010년 전시장에서 봤던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45점의 작품을 추가 구성 했다. 1951년 한국 전쟁, 1969년 베트콩 즉결심판, 1973년 네이팜탄 폭격,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격 장면 등 주요 사건을 선별하여 당시의 긴박한 현장을 보다 심도 있게 볼 수 있다. 이 구성은 지난 20년간의 전세계 퓰리처상 사진전 투어 전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진들이다.
충격의 순간, 퓰리처 수상작가 인터뷰
전시장에는 3편의 퓰리처와 관련된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충격의 순간(Moment of Impact)은 1998년 에미상 다큐부문을 거머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다. 충격의 순간에서는 시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JFK의 저격범 오스왈드 총격사건을 당시 이 사진을 찍은 로버트 잭슨이 직접 사건을 재구성한다. 주요 수상작가 인터뷰도 공개된다. 수상작가 인터뷰에는 베트공 즉결심판을 찍은 에디 아담스, 4번의 퓰리처상을 받은 여성 사진가 캐럴 구지, 베트남 종군기자의 대부로 알려진 호스트 파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어 그들의 고뇌와 신념, 삶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영상은 ‘케빈 카터의 죽음(The Death of Kevin Carter)’이다. 케빈 카터는 살아 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는 독수리가 굶주림에 지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수단 여자아이를 노리고 있는 사진을 찍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가다. 그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어린아이를 먼저 돌보지 않았다는 윤리적 비난에 시달리게 되고 퓰리처를 받은 그 해 33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케빈 카터의 죽음은 현장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저널리스트의 숙명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이 다큐는 케빈 카터가 수단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수작으로 아카데미와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다.
잊혀진 전쟁 6.25
폭격으로 뒤틀린 대동강 철교를 필사적으로 탈줄 하는 피난민의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맥스 데스포, 당시 퓰리처 위원회에는 이 사진뿐 아니라 한국전쟁 시리즈가 출품됐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AP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맥스 데스포가 퓰리처 위원회에 출품했던 사진들과 미공개 사진 중 선별된 36점을 선보인다. 이 사진들은 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50년 9월부터 12월에 이르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긴박했던 4개월을 담고 있다. 전시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평양탈환, 중공군의 개입, 흥남철수 등 총 4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이 전시의 제목이 상징하듯 전쟁은 이 땅에서 벌어졌지만, 풍요로운 오늘에서는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맥스 데스포의 말은 역사인식의 부재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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