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식 소장이 말하는 좋은 건축물에는 반드시 디자인과 같이 시작되는 좋은 기획이 전제된다. 건축물은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로 하면서도 공간 사용자를 배려하는 공동소(共同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건축주와 건물 이용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홍 소장은 인천 송도 커넬큐브로 2013년 국토해양부 주최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에서 건축설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청라지구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한 커넬큐브는 이용자와 건축주, 경관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과 함께 철저한 기획 단계를 거쳐 설계를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홍 소장은 건축은 건축주와 이용객의 현실적 요구를 고려하면서도 건축가의 미학적 정체성도 담아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라고 말한다.
“건축가는 단지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닌 건축주의 요구와 주변 환경, 미관은 물론 법규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재자입니다. 자칫 디자인만 따지면 공간이 유실되고, 건축주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히게 되죠. 건축주 입장에서는 손해를 우려한 나머지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최대한 빼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까다로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저마다 사정이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건축가가 초기부터 철저히 기획과 같이 디자인을 하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을 제안을 하면서 건축주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객관적인 정량적 데이터로 같이 제안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용적률만 높이는 건물보다 디자인도 좋은 건축물이 될 수 있고, 이 건물은 이용객 까지도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건축주는 시장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며 “좋은 건축물에 철저한 사전 기획이 디자인과 함께 해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건축은 서로 다른 요구를 채워주는 ‘공존을 위한 병치’
이러한 그의 고집은 서로 상반된 가치의 조화를 추구하는 ‘공존을 위한 병치’로 설명한다. . 예컨대 우리 주변에는 많은 복합적인 갈등적 문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갈등적 조건들이 해결되기 보다는 어떤 조건은 억압하고, 어떤 조건은 무시하면서 건축행위들이 이루어 집니다. 이렇게 채워진 도시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고 인식되지요.
우리는 복합적인 갈등을 풀어가는 전략으로 “공존을 위한 병치”의 방법으로 공간과 형태 구현을 작업합니다. 여러 조건들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방식으로 구현된
건축이 공동소(共同所)의 의미를 반영시킨 건축이라 생각합니다. “공간 효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건축물은 저의 화두입니다. 상업 공간이 있으면 머물 공간이 있고, 지루함이 있다면 설레는 공간이 있고, 그냥 지나침이 있으면 기다림의 공간이 있어야 하죠.”
최근 전원주택과 상가주택에 관심이 생기면서 집짓기 동호회에 재능기부도 하고 있는 홍 소장은 동호회를 방문해 자신이 가진 건축지식과 살기 좋은 주택에 필요한 조건을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건축가의 위치가 정해진 예산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의식있는 건축가가 더 많아진다면 더 좋은 건축환경 될 것이고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며 앞으로는 패션이나 심리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와 같이 작업하는 건축물도 만들어 보고싶다고 말했다.
한편, 홍 소장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나온 뒤 2006년 개발기획 파트너와 함께 건축사무소 리슈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순천제일대학교 학생생활관, 청라 커낼큐브, 망원동 모둥이집(상가주택), 가평 아침고요마을(전원주택단지), 전주 네모마당집, 용인네모정자집 등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 최우수상(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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