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사무총장은 올해부터 출장을 다니며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손을 가슴에 얹는다. 팔꿈치로 상대방을 툭 치는 방식(elbow bump) 으로 인사한다. 반 총장은 미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악수나 포옹을 하지 않고 가슴에 손을 얹거나 팔꿈치를 대고 인사하고 있다. 반 총장이 작년 말 국가원수급 인사로는 유일하게 에볼라 관련 5개국을 모두 방문, 에볼라가 기승을 부린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서아프리카 3국'과 말리, 가나 등 5개국을 둘러봤다. 반 총장은 방문을 마친 후 질병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 악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에볼라 전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내린 격리 조치이다. 에볼라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몸을 사리지 않고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공항에는 각료 전원이 나와 반 총장을 맞았다. 일부 각료는 반 총장 앞에서 덩실덩실 춤까지 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부에서는 출장 후 반 총장이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간(통상 21일)동안 격리조치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를 강행하기로 결정했고 팔꿈치를 맞대며 상대방을 맞이하는 인사 방식으로 보완조치를 하기로 했다.
수행단을 최소화하고, 위험지역까지 방문
반 총장의 출장은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유엔 경호팀에서는 ‘에볼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장을 반대했으나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서 어떻게 국제 사회에 에볼라 통제를 독려할 수 있느냐”며 의견을 거절했다.
단 반 총장은 자신을 수행하는 유엔 직원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해 방문단의 규모를 크게 줄였다. 그간 그의 공식 출장에는 최소 12명 이상의 참모들이 수행해왔으나 이번 에볼라 방문단은 반 총장을 포함 5명으로 꾸려졌다. 반 총장은 “수행단을 최소화하고 남성으로 하되 희망자에 한 한다”고 지시 내렸다.
하지만 에볼라 현지에서도 반 총장의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에볼라 창궐지역(레드존)과 위험지역(그린존)으로 진입해서는 안된다는 권고에도 반 총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위험지역까지 들어가 현지 방역 상황을 둘러봤다.
반 총장이 에볼라 방문을 마친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에볼라 관련자 21일 격리조치’와 관련된 것인데 반 총장이 ‘21일간’이 지난 후 자발적으로 재택근무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이 에볼라 현지방문 뒤 재택근무하면 전세계 에볼라 관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낙인을 찍게 된다는 사정을 감안해 평소대로 업무와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다만 외부 초청행사는 주최 측에 에볼라 관련 사정을 설명하고 초청 의사가 여전한지 물어 참석하였다.
반 총장은 에볼라 출장을 마친 뒤 뉴욕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보건·의료 점검을 받았으며 의무적으로 뉴욕 보건당국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체온과 구토 증상 여부 등을 통보하였다.
에볼라 방문으로 반 총장이 가장 불편해진 것은 의외로 손녀들과의 관계였다. 연말연시를 맞아 반 총장을 찾아 손녀들이 왔지만 이들의 ‘안전’을 감안, 안아주지도 입을 맞춰 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에볼라 출장을 포함해 2014년 반 총장은 55개국 72개 도시를 방문했다. 1천715회에 달하는 회의와 면담 행사를 소화했고, 각종 행사에서 1천300회 연설했다.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만도 420차례나 된다. 이를 모두 포함해 반 총장은 지난해 3천704건의 일정을 치러냈다.
반기문 총장에게 거는 기대
반기문 총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지구촌 전체가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고 있지만 유엔은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국제사회의 힘을 결집시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 여러분이 보내준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는 한국이 독립한지 70년이 되고,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어 유엔이 탄생한지도 70년이 된 해를 맞아 남북한간 대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복원되고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한반도에 핵없는 평화와 공영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반 총장은 말을 이었다. 덧붙여 이러한 국제적 과제를 달성하면서 다중적인 위기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속적인 성원을 다시 부탁드린다고 진심으로 뜻을 전했다. 2015년 반기문 총장의 행보를 더욱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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