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속인 김난도 교수는 2007년부터 매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을미년에도 10대 키워드를 내놨다. 그가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는 현상은 한국인의 소비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과거에는 위시리스트에 갖고 싶은 물건을 적었다면, 이제는 버킷리스트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현대사회의 급변하는 기술·시장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김난도 교수는 대한민국 트렌드의 모습을 시작으로 트렌드의 유형, 종류 등 트렌드에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들려주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트렌드 상품들을 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트렌드한 산업은 패션이다. 트렌드는 패션산업을 끌고 가는 동력이다. 현대 다른 모든 산업이 패션 산업을 닮아가고 있다.”라며 트렌드와 패션을 비교하며 말하기도 했다.
뒤이어 “요즘은 인터넷과 각종 SNS 때문에 트렌드의 전파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욕망과 취향이 다양하게 존재해서 많은 기업과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소비자들에 맞춰서 기획하고 제조하는 시대가 되었듯이 트렌드는 굉장히 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SNS의 시작이었던 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 비로소 일반적으로 정보를 수용만 하던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방송국에 의견도 보내고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듯 전파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서 트렌드에 맞춰 사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며 요즘 시대의 빠른 트렌드의 흐름에 관련해서도 말했다.
트렌드를 읽는 습관
지난해 나타난 히트작중 하나는 ‘빙수’다. 김 교수는 “소비 가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현상”이라며 “여행은 1년에 2~3번이지만, 맛있는 음식은 매일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밥보다 비싼 디저트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 것 역시 소유에서 체험·경험으로 소비 트렌드의 이동을 보여준다. 젤 네일 등 약간 사치스러운 듯한 ‘자잘한 소비(small market)’가 성장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명품백 하나 포기하고, 대신 ‘작은 사치’를 충분히 누리자는 소비경향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며 “원대한 목표를 바라보던 성장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리자는 생각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다양한 유통채널이 더욱 활발해지고, 진정성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점도 트렌드다.
해당 상품의 특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유통채널에 전념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의리 캠페인’은 특히 김보성이라는 모델의 진정성이 맞아떨어져 효과를 배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해외직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지난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이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가 됐다. 김 교수는 “놀랄 만큼 빠른 급부상”이라고 평가하면서 “합리적인 구매가 중요해지고, 국산에 대한 애국심은 없어졌다”고 짚었다. 작년 가장 유행한 ‘호갱’이라는 말은 가격을 꼼꼼히 따져 국산이든 외산이든 가리지 않는 소비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김 교수는 “예전엔 2~3년에 걸쳐 트렌드를 잘 겨냥하면 초대박이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 폭이 몇 개월로 줄어들었다. 초대박을 노리기보다 중박이나 소박을 꾸준히 찾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해진 시대다.”라고 설명하며 큰 대박을 노리기보다 양을 한마리 한마리 세듯이 작은 꿈들을 하나씩 챙기고 성취하라. 그게 바로 ‘대박’이라고 말했다.
2015년 트렌드를 예상해보자
한편 김난도 교수는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 타깃을 좁혀 분명하게 목표를 잡고 해당 지역의 특성과 소비자의 특성을 잘 분석해야 필패를 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화라는 것은 그 지역에서 현지기업 못지않게 밀착해서 뿌리를 내리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를 잘 읽으려면 “왜?”라고 물어보는 게 핵심이고, 모두가 시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관찰력과 어휘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은 움직임에도 끊임없이 “왜 그럴까?” 라고 묻는 자세를 반복해야 더 분명한 미래가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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