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진행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수많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마무리 됐다. 특히 심심찮게 벌어진 이변은 지역 주민들에게 회자될 정도인데, 당선이 유력시되던 전임 조합장의 3선을 저지하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김하룡 조합장이 대표적이다. 과거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한 역사적 사명에 충실했던 산림조합은 미래 비전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조합원들의 믿음이 있어야 존립 가능한 지역 산림조합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전의 부재야말로 치명적인 한계점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김하룡 조합장의 당선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라’는 제주시민들의 염원이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인지 김하룡 조합장은 항상 겸손하고 진중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조합원들의 심부름꾼으로서 모두가 상생하는 산림조합을 만들라는 목소라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당선된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현 조합에서 상무로 근무하면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기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제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제주시산림조합이 조합원들의 곁에 당당히 설 때까지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위기의 제주시산림조합 중흥시킬 것”
김하룡 조합장이 말하는 조합의 역할은 명백하다. 바로 ‘배당’이다. 조합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조합은 이미 그 역할을 상실하고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물론 조합의 출자배당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증가와 재정 건전화가 필수. 김하룡 조합장은 이 두가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큰 폭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소득창출, 즉 조합원들의 먹거리 사업을 착실히 확대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우선 임산물을 원활하게 유통하기 위해 5개 지역에 직거래 공판장을 설치할 것이며, 산림조합 종합마트를 건립해 영구적인 소득창출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 열린 경영 시스템과 공정한 인사체계를 구축, 경영 효율화와 청렴성을 동시에 달성하겠습니다. 또 산주협의체를 만들어 휴양림 유치, 숲 체험 공간 조성 등 현 국민 레저 성향에 적합한 관광 컨텐츠를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꾸준한 산림기술지도와 경영지도를 통해 조합원들의 역량 발전을 도모할 것이며 불합리한 조합 규정을 혁파하고 임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소득보전기금제도를 입안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미 2년째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제주시산림조합의 위기 극복에는 김하룡 조합장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절실해 보인다. 이미 27년간 산림기술지도업무와 금융실무를 담당하고 의사결정업무를 훌륭히 소화해낸 그는 조합원들이 바라는 ‘변화’를 가장 잘 현실화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2015 혁신과 재도약 원년
김하룡 조합장은 영업 수지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고, 조합원 임산물을 효과적으로 유통하는데 당분간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최근 2년간 조합의 영업 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주시산림조합은 40만에 육박하는 인구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유통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제주시 2개 소와 애월읍에 1개 소가 있을 뿐이죠. 따라서 유통시설을 더 건립해 조합원들의 임산물을 효율적으로 유통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제주시산림조합원 규모는 많을 때 약 3,000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했지만 지금은 2,015명으로 조합원의 상당수가 이탈한 상태다. 김하룡 조합장은 이를 보며 항상 안타까워했으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더 나은 조합을 만들 꿈을 꿔왔다.
“2015년은 조합원들의 피와 땀이 깃든 저희 조합이 다시금 3,000명 조합원 시대로 약진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믿어주시고 기대 걸어주신 만큼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역사적 사명 다한 산림조합, 이제는 스스로 변해야할 때
최초 산림조합중앙회가 발족한 취지는 녹지자원의 재생과 확대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한 정책들이 효과를 거둬 국토 곳곳에 울창한 숲이 조성된 상황이다. 산림조합의 기존 사명은 훌륭히 달성됐다고 봐도 무방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가 다가온다. 역사의 파편에 집착하는 조직은 오래도록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김하룡 조합장은 잘 알고 있다. 오래도록 땀과 눈물을 쏟은 조합이기에 이대로 무너지도록 좌시할 수 없는게 그의 심정이다.
“산림조합은 전국에 걸쳐 임도 개척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왔습니다. 특히 우리 조합은 제주도에서 첫 번째로 임도 개척을 실시하며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조금만 비가 내려도 산 속은 진창이 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임도를 낸다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토심 깊은 산이 물에 젖으면 차바퀴가 빠지기도 하죠. 이런 길을 다지고 포장한 결과,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그저 목재를 옮기기 위해 만든 이동로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을 보면 격세지감도 들고 대단히 뿌듯합니다.”
이렇듯 김하룡 조합장이 많은 애정을 쏟은 제주시산림조합이지만 이제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조직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자체의 사업은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청렴성 확보를 위한 당연한 변화죠. 그러나 제주시산림조합은 체질개선에 실패, 치열한 경쟁 입찰에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각종 관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역량을 확보하고, 유통망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경영 방향을 잡아야할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본 조합에 들인 공과 애정이 깊다고 자신하는 저이기에 반드시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현실화하겠습니다.”
조합원들은 지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김하룡 조합장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142개 산림조합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제주시조합은 실적면에서 중위권조차 낙관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상태다. 때문에 김하룡 조합장은 “크게 앞서나가겠다는 과도한 욕심은 거짓말과 같다”는 철학으로 한계단씩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그 어느 조합장보다 탄탄하게 쌓아온 전문성과 겸손함, 진솔함으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각오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제주시산림조합을 구해내겠다는 그의 각오가 큰 성취를 거두기를 바란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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