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로 지칭되던 1990년대 대한민국 경제 주체. 당시 컴퓨터 엔지니어란 직업은 첨단 산업을 이끌던 이 시대 주역이었다. 국가부도 사태(IMF)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국민은 고통의 소용돌이의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울황토농원의 곽석규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생의 기로에 선 그가 선택한 것은 컴퓨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이었다.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인 목동. 이곳에서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통해 최고의 콩나물과 숙주나물이 싱싱하게 자라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면 독자는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전통적 옹기시루를 사용하고 일반 물이 아닌 황토지장수를 사용한 전통방식인 개별순환살수방식으로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말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콩나물을 찾다
이 실제 제품이 ‘황쥐콩나물’과 ‘황토숙주나물’ 브랜드로써, 그 주인공은 양심을 버리지 않고 16년째 우직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한울황토농원의 곽석규 대표다. 그는 “처음부터 전통방식이 아닌 개량된 재배방식을 알았더라면, 나 역시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내 기억 속에 할머님께서 하시던 방식만이 남아 있어서 그대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사업을 접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재배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그간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길 “전통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내려니 처음 시도해 보는 탓에 오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쥐눈이콩과 녹두의 성질을 잘 몰랐고, 시간과 온도조절, 황토지장수 살수량과 방식, 썩는 현상, 솎아내기 등 많은 문제가 나타났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7~8년 동안 정성을 다해 노력했고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품평을 부탁하니 ‘기존 제품과는 다르게 맛이 좋다’는 평가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며 이 사업도 처음엔 만만찮은 과정을 거쳤다고 털어놨다.
최선의 방식, 최고의 원재료 사용
곽 대표의 제품에 대한 고집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업계 최초로 씨앗에서부터 수확할 때까지 전 과정을 황토지장수로 재배하는 것은 물론 원재료가 되는 쥐눈이콩(일명 약콩)과 녹두마저 강원도 정선과 전남 신안의 최고 품질의 100% 국산 원두를 사용했다. 또한 콩나물을 재배하는 데 쓰이는 쥐눈이콩의 경우, 약성이 가장 좋다는 ‘속청쥐눈이콩’(속이 푸른 것)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건강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자란 한울황토농원의 제품은 타 제품과는 차별화된 특징을 갖게 되는 데, 곽 대표가 그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하루는 납품하러 간 직원에게 업체에서 반품을 요구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콩나물대가리가 파랗고 뿌리가 누렇게 변해서 오래된 것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우리 제품의 특징이지만 황토지장수를 사용해 재배하기 때문에 뿌리에 각종 미네랄이 몰려 생기는 특징인데 그걸 모르는 업체나 소비자가 오해를 했던 겁니다. 콩나물대가리가 푸른 건 속청쥐눈이콩을 사용하기 때문이었죠.”라며 사례를 들려줬다.
흔하다는 건 그만큼 사람 몸에 좋다는 것
어떤 소비자는 ‘그렇다고 뭐가 그리 좋겠어? 기껏 해봐야 콩나물이겠지.’ 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 한울황토농원에서 생산하는 ‘황쥐콩나물’과 ‘황토숙주나물’에 쓰이는 쥐눈이콩의 경우, 항산화 및 항암, 골다공증예방식품으로 천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이소플라본이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쥐눈이콩에는 일반 노란 콩의 19.5배나 많은 양이 들어 있고, 콩나물로 싹이 나면 이소폴라본은 그 양이 2배로 늘게 되는 우수성을 지녔다. 또 황토숙주나물은 해독기능이 강한 식물이므로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황사, 플라스틱 등 우리몸에 침투하는 각종 중금속을 해독하는 기능을 가졌고, 특히 카드뮴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으로 현대인에겐 더 없이 필요한 식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옹기시루를 사용하여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황토지장수는 미네랄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 물을 사용한 한울황토농원의 개별순환살수방식은 기존 업체의 방식과 달리 황토지장수를 흘려보내지 않고 전통방식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시 순환하여 뿌려 줌으로써 콩나물과 숙주나물 고유의 맛을 내게 하고 양양을 확보할 수 있어, 특히, 어린아이들의 이유식으로도 사용될 만큼 빼어난 맛과 영양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건강한 콩을 가리기 위해 수작업이 필수이므로 한울황토농원은 원재료 못지않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인건비의 지출이 기존의 타 재배 방식에 비해 3-4배가 된다. 곽 대표는 “이곳을 방문하는 기존 업체 관계자들은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합니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 중에는 이렇게 전통방식으로 콩나물과 숙주나물 키우는 곳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들은 이 전통방식이 얼마나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래서, 얼마나 터무니없고 미련한 짓인지를 알기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요”라고 설명했다.
양심, 정직, 고집이 만든 한울황토농원
소비자는 아마도 이쯤 되면 ‘그럼 어디에 가면 살 수 있지?’라고 궁금해 하겠지만, 한정된 곳에 가야 살 수 있어 필자도 아쉽다. 현재까지는 생협을 중심으로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한살림생협,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으로 납품이 되고 있다. 곽석규 대표는 “납품처 중, 이번에 규모가 가장 큰 ‘한살림’으로 콩나물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생산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며 적절한 시기에 생산설비의 증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울황토농원 곽석규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옛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제가)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묵묵히 따라와 준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며 짧지만 깊은 속내를 보였다. 이어 “누가 보든 안 보든, 지금까지 해 오던 전통방식과 함께 더 건강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이어 가겠습니다.”고 밝혔다. 곽 대표의 진솔함은 한울황토농원의 홈페이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까운 취급단체(생협)에서 구매하시는 것이 보다 쉽고 저렴합니다. 당사에서는 박스(10봉지) 단위로 구매를 하셔야 하오니, 이웃과 함께 구매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말이다. 컴퓨터 엔지니어에서 콩나물 사장님으로의 변신한 그의 꿈이 콩나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지길 기대한다.
http://www.황토콩나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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