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김정배)은 <오채묵향五彩墨香 송영방>전을 3월 31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한국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한국화부문 두 번째 전시로, 2014년 <구름과 산 조평휘>전에 이어 우현 송영방(牛玄 宋榮邦, 1936~ )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1960, 70년대 실험성 짙은 추상화 계열의 작품을 비롯하여 실경산수(實景山水), 송영방 작가가 독자적 양식으로 발전시킨 반추상의 산수화, 그리고 문인의 정취가 배어나는 사군자와 화조, 인물, 동물화 등을 선보인다. 아울러 다양한 드로잉 자료를 함께 소개하여 작품세계의 원천과 작가의 투철한 예술적 의지를 조명한다. 송영방 작가는 꾸밈없는 표현의 소박한 자연주의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한 한국 화가이다. 그는 동양예술정신에 기반을 두고, 전통적인 문인화가의 심상으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끊임없이 창출하고 있다. 문인화의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그의 행보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영방 작가의 문인화적 발상과 담담하고 소박한 예술세계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자연주의적인 한국의 미감을 일깨우고, 나아가 한국 화단에 밝은 미래상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아래는 송영방 작가의 작품세계를 3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이번 전시를 보다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써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묵 추상실험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몰두했던 수묵(水墨)을 통한 추상적 실험기법의 작품들은 당시 한국화 분야의 실험적 추상화 경향을 보여 준다. 송영방 작가는 1960년대 초반 ‘묵림회(墨林會)’에 참여하면서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고, 이어 ‘한국화회(韓國畵會)’에서 전통을 존중하면서 재기(才氣)있는 필묵의 구사로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이 시기의 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의 표현보다는 화면 전체가 점과 선의 혼합으로 구성된 전면화의 특징을 보인다. <뇌락(磊落)>, <천주지골(天柱地骨)>, <운근(雲根)> 등 돌, 바위에 내재된 자연의 원시적 형태와 현상에 대한 감응의 표현이 두드러진 것은 그의 괴석(怪石)에 대한 취향과 관련하여 돌을 통해 심오한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려는 일종의 미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하는 그에게 추상화는 사물의 형태보다는 정신을 강조하는 동양회화 고유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산수의 계승과 창조
실재하는 우리의 산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실경산수화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화풍이다. 그는 이러한 산수화의 전통 화법을 토대로 1970년대부터 금강산, 설악산, 북한산 등지의 사생을 통하여 한국 산천을 새롭게 해석하고 조형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사실적 표현보다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자연에 대한 감흥을 실경에 의탁한 표현, 즉 흉중구학(胸中丘壑)에 의한 그의 실경산수는 맑은 먹빛과 간결한 필치의 담백한 화풍을 형성했다. 한국적 전통성을 계승한 실경산수와 대조적으로 산수의 구체적 묘사를 생략하고 내재한 이념을 형상화한 산수화 양식으로는 1980년대 집중적으로 제작한 <산과 물과 구름>, <춤추는 산과 물> 시리즈의 작품이 있다. 실경산수를 바탕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강산의 모습을 리듬감 있게 묘사하여 작가 특유의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독특한 산수의 조형은 송영방 작가의 독자적인 이상산수의 구현으로서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그가 전통산수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문인화 정신의 추구
산수화 외에 인물, 화조•동물화, 사군자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은 작가의 탁월한 조형능력뿐 아니라 내재된 문인화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매화, 대나무 등의 사군자와 화조화는 은은한 묵향과 문기 어린 감흥이 배어난다. 한편 그는 대상의 요체의 정확한 파악과 능숙한 필선에 의한 인물묘사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의 조형적 특징을 예리하게 집어내어 묘사한 동물화는 해학적이고 정감 넘치는 표현이 돋보인다. 특히 인물과 동물화에서는 우리 민족의 소박한 모습과 기질의 한국적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사물을 닮게 그리는 ‘형사(形似)’ 보다는 화가의 뜻과 감흥을 표출하는 ‘사의(寫意)’를 중요시하는 것이 문인화의 기본 정신이다. 이에 입각하여 현대적으로 조형화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은 최소한의 붓질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감필과 수묵 위주의 표현, 여백의 운용 등 문인화가 지향하는 격조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 준다. 시적인 정취가 충만하고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평담한 작품세계는 자연의 다양한 사물을 통해 스스로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순수한 예술적 태도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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