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벨기에 ‘필립(Philippe)’ 국왕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필립 국왕의 이번 방한은 벨기에 국왕으로서는 27년만의 방한이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래 유럽 왕실 인사로는 최초의 국빈 방한이다. 이에 청와대 대정원에서 필립 국왕의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본관 앞에 먼저 도착한 어린이 환영단에게 인사를 건넨 뒤 어린이들과 함께 필립 국왕을 맞이했다. 필립 국왕이 도착하자 문 대통령 부부와 필립 국왕 부부는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고 어린이 환영단과도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어 두 정상은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뒤 양국 공식수행원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공식 환영식 이후에는 한-벨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필립 국왕과 소규모, 확대 정상회담을 연이어 갖고 양국 간 우호 증진, 실질협력 강화, 한반도 정세 및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브뤼셀에서 만난 이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었다”며 “벨기에 국왕으로서 27만의 방한이자 대통령이 된 이후 최초의 유럽 왕실 국빈 방한이어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인사했다. 이에 필립 국왕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다시 한 번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양 정상은 한국과 벨기에가 1901년 수교 이래 정치, 교육,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왔음을 공감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과 벨기에는 1901년 수교 이후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고, 특히 최근에는 교역과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자 필립 국왕은 “양국은 수십 년간 우방으로서 한국전 이후 많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필립 국왕은 “대통령님의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할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벨기에의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필립 국왕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5G,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등은 놀라울 정도”라며 관심을 표했고 “양국이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미래세대 간 활발한 교류와 상호이해 증진이 양국관계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학 간 교류 및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호 인적 교류를 보다 확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상회담에 이어 필립 국왕 부부를 위한 국빈만찬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성대히 열렸다. 벨기에 측에서는 국왕 부부를 비롯한 46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우리 측은 강경화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특히 두 나라의 인적교류를 상징하는 예술, 스포츠계 인사들이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2014년 개교한 벨기에 겐트대 송도캠퍼스의 한태준 부총장, UN군 참전 60주년이던 2016년 벨기에 참전용사들의 봉은사 방문을 주선한 원명 스님,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한국학 석좌 교수인 라몬 파르도 교수, 벨기에 안더레흐트 소속 선수로 맹활약한 바 있는 축구선수 설기현 등이 자리를 빛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필립 국왕과 마틸드 왕비 부부를 다시 환영하며 작년 ASEM회의 참석 당시 느꼈던 브뤼셀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대통령은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브뤼셀에서 지난해 나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모든 문화가 존중받는 벨기에의 모습을 보았다”며 “브뤼셀이 인류의 중심지가 되고 12차 ASEM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가 글로벌 동반자임을 확인한 것도 벨기에가 가진 통합의 힘”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필립 국왕이 전해준 특별한 선물도 소개했다. 대통령은 1919년 독립운동 당시 주일본대사관이 벨기에에 전한 문서를 필립 국왕이 선물로 가져왔다고 밝히면서 ‘한국에서 3.1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한국인들은 자유를 원했으며 침착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내용도 아울러 소개했다.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아주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인사말에 나선 필립 국왕은 “대한민국 문화의 위대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고려청자 특유의 빛깔, 전통 궁중요리 고유의 풍미, 가야금의 감미로운 선율, 더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적 강인함이야말로 한국의 급속한 발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한국의 탁월한 기여도 그리고 세계무대 속에서 한국이 지금의 위치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라고 믿는다”며 “한국이 다자협력 체제와 지역통합에 성공적으로 동참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와 같은 강인함에서 비롯되었고 절대적인 우수성과 탁월함으로 모두를 위한 최상의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필립 국왕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고 밝히며 벨기에 참전용사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표시에 깊이 감동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통령의 불굴의 노력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대통령님의 공로에 힘입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필립 국왕은 오랫동안 발전해온 양국 관계, 경제, 문화, 예술 분야의 수많은 교류 사례들을 열거하며 “이 진정한 우정을 바탕으로 양국의 공동 번영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국왕은 참석자 모두에게 일어나서 건배할 것을 제안했다. 참석자들이 일어나자 국왕은 한국어로 “양국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건배했다. 예상치 못한 필립 국왕의 한국어 건배사에 모두가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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