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편수는 한옥건축의 최고위직 장인으로 집을 지을 때 책임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의미한다. 도편수는 17세기부터 궁궐이나 불교사찰을 짓는 공사 책임자였으며, 흔히 대목장(大木匠)으로 불린다. 이광복 도편수는 조선 고종 시절 경복궁을 중건한 조원재, 이광규 대목장의 뒤를 이은 조희환 대목장의 제자로 유명하다. 당대 최고 도편수였던 조희환 대목장에게 사사한 이광복 도편수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중국, 독일 등에 전통한옥을 우뚝 세웠으며, 지금까지 국내외를 넘나들며 약 200여 곳에 한옥 건축물을 건립하며 대목장계의 기능보유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편 이광복 도편수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13대 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상임 고문, 대한민국 대한명인 경기지회 고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원 객원교수 등을 맡으며 문화재 기능인의 위상과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후진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교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구심점
이광복 도편수의 포트폴리오는 그야말로 굉장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해체 수리를 비롯해 가평 대원사 고려시대 대웅전 신축, 서울 화계사 보물 동종각 신축, 잠실 불광사 대웅전,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여주 신륵사 극락보전, 은평 진관사 해체·신축공사 등이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화마로 소실된 낙산사 복원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JSA 법당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이광복 도편수는 여기에 오는 8월 개관하는 광제사·한국불교문화체험관 준공을 조계종 총무원 현고대종사 도감 스님의 지휘 아래 대웅전 부편수 이재호, 불교문화체험관 부편수 박성철, 석장 김동구, 창호장 김동현 등과 이끌며 목수 인생에 커다란 방점을 찍었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남녀노소 누구나 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곳은 불교 문화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을 ‘불교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였습니다. 이제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목수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만한 건물을 지었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장엄하고 미술적인 면에서도 손색없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에 많은 분이 모여 익숙하면서도 낯선 불교 문화를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불교 건축·미술·공예 등 조형예술과 승무·범패 등 공연예술, 간화선 등 명상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내부에는 다양한 불교 문화재와 미술품 등이 전시되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입점하며, 각종 전통문화공연이 진행되는 공연시설도 완비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및 교육 시설도 갖춰 벌써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렇듯 불교 전통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세종시의 명소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을 총괄 지휘한 이광복 도편수는 이외에도 최근 충남 당진면천읍성 내 객사 복원도 성공리에 완료하며 마쳤고 지금은 평택의 동녕사 도편수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근본을 지켜가며 우리 것을 재창조해야…
우리의 정신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이광복 도편수는 정신은 뿌리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전통한옥과 같은 문화재 역시 단순히 건축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전통을 옛 그대로 이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전통을 기반으로 더욱 아름답고 격이 있는 작품을 후대에 남겨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리의 정신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옵니다. 즉, 우리의 정신은 조상에게서 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제사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제사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1년에 한 번이라도 기억하자는 정신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또한,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곧 나의 부모를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근본은 가지고 있되 그 근본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대 시대에 맞게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되 근본만큼은 지켜가면서 우리 것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또한, 이광복 도편수는 쓰임새와 용도에 맞게 건축물에 포인트를 줌으로써 작품 퀄리티를 높인다. 우선 전등사 전등각은 사찰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혀를 형상화하여 맛의 행복을 표현했으며, 신륵사 선혜당은 템플 스테이이므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외에도 그는 봉은사 수각, 진관사 향적당 등을 비롯한 수많은 곳을 용도에 맞게 재해석하는 기지를 발휘하여 불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건축물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한옥 건축 규제는 전통문화를 말살하는 일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건 국가로서도 중요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이광복 도편수를 비롯한 전통문화인들이 정부 측에 전통 및 한옥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한옥 건축에 관한 작금의 현실은 너무 유감스럽습니다. 내진설계 및 단열을 이유로 전통한옥을 짓지 못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유구한 전통문화를 이런 식으로 규제하면 안 됩니다. 한옥 건축에 관한 규제가 날로 심해져 한국문화의 뿌리인 정신을 보급 및 발전시키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따르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한옥 건축만큼은 규제 기준을 낮춰주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계속해서 계승 및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전통 건물과 현재의 한옥을 위한 예외 규정을 신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광복 도편수는 약관의 나이에 목포문화원에서 우리의 가락인 창을 배웠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클래식 피아노를 비롯한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기타 등에 관심이 아주 많아, 인터뷰를 진행한 이광복 도편수의 여주 작업실에도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뉴에이지 장르의 거장 야니(yanni)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문화적 감성은 그가 건축물을 형상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이광복 도편수는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 많은 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광복 도편수가 한민족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