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로 시작한 정정순 화백과의 인터뷰. 그녀의 젊은 시절은 절약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안 쓰고 안 먹고 절약하며 모든 목돈 2천만 원으로 자신의 꿈을 결심하고 실천했다고 말하는 정정순 작가는 현재 불교문학 발행인 겸 회장 그리고 (사)한국문인협회 중랑지부장이다. 조직을 이끌며 쉼 없이 달려온 정정순 화백의 삶에는 어떤 열정이 숨어있었을까.
정정순 작가는 현재 불교문학을 일 년에 두 번 그리고 중랑시화집과 중랑 문학을 만들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정렬과 정성을 이 일에 쏟고 있어 자신의 작품에 매진을 못 해 안타깝다고 한다. 불교문학 회장직을 맡아 벌써 17회째 발행되었다. 원고를 받고, 발간사를 쓰고, 회원관리와 편집과 교정 불교문학상과 중랑문학상 심사 및 시상식 등 책을 만드는 일만으로도 정정순 화백의 일정은 언제나 빠듯하다. 몇 년이란 시간 동안 책을 만들어온 정정순 화백은 이제는 조금 관록이 붙은 것 같다며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안한 미소였다. 그녀의 작업실은 경기도 양수리에 있다. 요즘은 그동안 양수리 작업실에서 책을 읽으며 틈틈이 해두었던 메모를 컴퓨터에 옮기는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글이 젊었을 때처럼 퍼 올린다고 써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정정순 화백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불교문학 회장직을 맡아왔고, 중랑문학은 작년부터 해왔다. 잦은 임원 회의와 회원들의 결혼식 등을 챙기다 보면 실질적으로 온전히 자신의 작품 활동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며, 작품을 하고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단절하다시피 해야 전시계획을 잡고 시집 발간도 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동안 개인시집 15권, 개인전시를 16회나 해왔다. 전시가 있을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고 초대장을 보냈던 게 사람들을 번거롭게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의 현실과 일에 대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는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정순 화백은 자신이 기획한 일을 성공했거나 남들로부터 불교문학이 잘되고 있다는 얘기만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마음을 비우다
흔히 나이 60세가 되면 귀가 순해진다는 뜻의 이순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 나이가 되니까 마음을 비우게 됩니다.”라고 말하는 정정순 화백은 이제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회장직을 넘겨줄 생각이라고 했다. 또 여전히 수필보다 시가 좋다며 자신이 쓴 시를 소개해 주었다. 그 중 <사람과 의복>이라는 제목의 시는 사람의 관계를 옷에 비유해 함부로 끊어내지 못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시라고 소개했다. 시는 잘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잘 써지는 게 아니다. 그녀는 “마음으로 열심히 쓰고,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가는 게 꿈입니다.” 라고 말한다. 정정순 작가는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종류의 글을 많이 써왔다. 주변에서 한 가지만 하지 왜 이것저것 하냐는 질문에 능력이 있다면 여러 일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여러 종류의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정정순 작가의 능력이다. 수많은 전시를 하고, 시집을 출간했던 정정순 화백은 이제 이름 앞에 붙는 많은 타이틀 보다 캔버스를 앞에 두고 그리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고 했다.
나눔의 삶
최근 정정순 작가는 서울시 면목동 사랑의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사람의 샘터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사람의 샘터의 부회장으로 또 회장으로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현재는 넘겨주고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봉사활동을 위해서 기관을 찾아가지는 않지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자신의 몫을 나눠주고 있다. 봉사하는 삶은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 이라고 말하며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앞장서 일 할 수 있는 것도 때가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며 정신건강하게 살고 싶은 나의 삶이 마음을 향기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기에는 제 그릇이 작아 부족함이 많습니다. 잔잔하게 퍼지는 꽃향기처럼 정정순 화백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궁금해진다.
얼마나 더 걸어야 산마루에 마음두고 올까
-정정순 시
수 많은 가지마다
노랗게 익은 과실 바라보며
오늘 시어들은 누구의 열매가 될까
농부가 되어 갈고 씨 뿌리고
자갈도 고르고 풀도 뽑고
채소밭 가꾸듯 가꾸었는데
사랑 등 뒤로
한 우물 파고
힘들게 걸어온 창작의 길
떫은 감처럼 익어가는
시와 그림 양손에 들고
정상을 향해 노 저어 가는 길
얼마나 더 가야 할까
얼마큼 더 걸어야 저 산마루에 마음두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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