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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이 스치다

윤동주문학관 | 2014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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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문과 대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문우 정병욱과 함께 하숙생활을 했다. 당시 시인은 종종 이곳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다. <별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그의 대표작들을 바로 이 시기에 썼다. 그런 인연으로 종로구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있던 청운수도가압장을 개조해 윤동주문학관을 만들었다.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비겁해지는 우리 영혼에 윤동주의 시를 통해 아름다운 자극을 준다. 그리하여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 새롭게 흐르도록 만든다. 윤동주문학관은 우리 영혼의 가압장이다. 


윤동주, 그리고 별빛이 된 시
윤동주(1917~1945)는 북간도 명동촌에서 출생했으며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43년 일본 동지사대 영문과를 수학했다. 중학 재학 시 간도 연길에서 발행하던 ‘가톨릭 소년’에 동시 <병아리>, <빗자루>, <오줌싸개 지도> 등을 발표했으나 정식으로 문단활동을 한 적은 없고, 유고시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1948)가 있다. 그는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 방면의 공부에 전념했고, 농구·축구·대나무 스키 등 스포츠를 즐겼던 시인이다.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늘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녔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고 잘 생긴 윤동주 시인. 맑게 살고 싶어 했던 그의 서시에 비해 그의 죽음은 너무나 처참했다. 43년 한국 학생 대표들이 중국 장개석 총통과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가던 도중에 체포됐는데, 조선 독립을 도와달라는 탄원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똑똑한 한국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이후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된 한국 학생들은 정체 모를 실험용 주사를 매일 맞았다. 면회 갔던 친척에 의하면 윤동주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몸은 살이 다 빠져 해골 같았고, 손이 너무 뜨거워 악수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맑디맑은 영혼을 지녔던 윤동주. 사후 그의 영혼은 대시인의  명예를 얻었고, 그의 처참한 육신은 고향 북간도 용정땅에 묻혔다. 그의 모교 연세대학교에 그의 <서시>를 새긴 시비가 서 있고 ‘윤동주 장학금’도 만들어 주고 있으며 문단에선 ‘윤동주 문학상’도 시행하고 있다.

시인 윤동주를 느끼다
윤동주 문학관 제1전시실인 시인채에서는 시인의 순결한 시심(詩心)을 상징하는 순백의 공간으로 ‘인간 윤동주’를 느낄 수 있다. 9개의 전시대에는 시인의 인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 사진자료들과 함께 친필원고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인 열린 우물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하여 중정(中庭)을 만들었고 ‘열린 우물’이라 명명했다. 물탱크에 저장되었던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있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끼도록 해준다. 또 하나의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만든 ‘닫힌 우물’ 제3전시실은 침묵하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시인의 일생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별뜨락은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카페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벤치에 앉아 서울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문학관 뒤로 펼쳐진 ‘시인의 언덕’은 산길 굴곡을 타고 오르며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산책로다. 한가로운 산책보다는 청년시인의 힘찬 맥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윤동주의 순결하고 꼿꼿한 시 정신을 반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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