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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예술이 된 한글 | 2025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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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은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을 7월 1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서거 30년을 맞이하여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한글 서예의 대가 평보 서희환의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총 120여 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평보 서희환(平步 徐喜煥, 1934-1995)은 20세기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한글 서예가다. 특히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서 서예 부문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그간 한문 서예가 주류이던 서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인물이다. 서희환은 1995년 6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한글만을 파고들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해 국내 서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평생 작업을 따라가며 작가가 확장해 온 예술적 사유를 살펴보고, 특히 그의 특별한 여정을 좇아온 수집가 고창진 씨의 이야기를 함께 제공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는 1968년 국전에서 국문전서라는 독특한 서체로 쓴 한글 작품 <애국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스승인 소전 손재형(素荃 孫在馨, 1902-1981)의 글씨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점차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매진한다. 

특히 한글 서예의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 조선 전기의 한글 판본에서 한글의 원형을 연구하며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조선 후기의 궁체와 민체에서도 자연스러운 붓의 흐름을 익히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서체를 완성해 나갔다.

서희환의 글씨는 현재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민족 정체성 등을 강조하던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전국의 현판과 비문 등을 한글로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서희환은 여러 기관과 단체의 요청으로 글씨를 남겼다. 특히 국립묘지, 임진각 등에 남긴 순국 인물에 대한 비문이나 3.1운동 기념비문(익산, 횡성), 충무공 동상문(목포), 항일투사 기념비문(서울), 주시경·방정환 비문(독립기념관) 등과 같이 애국이 강조되는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의 추모 비문,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 현판 글씨 원본(이상 개인소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현판(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장)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1980년 서희환이 약 1만 자(字)를 쓴 대작인 <월인천강지곡>(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종대왕이 직접 지었으며 최초로 한글 활자로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의 내용을 1980년 좌우 5.5m에 달하는 병풍에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희환이 남긴 작품 중에서도 특히 걸작으로 손꼽히는데, 활자로 표현된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평보 한글 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되며, 주제별로 평보 서희환의 예술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그의 예술적 사유와 실천을 단계적으로 조명한다. ▲봄이 오는 소리, ▲뿌리 깊은 나무는, ▲서화동원書畫同源, ▲꽃씨 뿌리는 마음, ▲푸른 동해 하얀 민족,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시킨다로 나뉜다. 특히 각 제목은 작가의 아호, 즐겨 쓴 한글 서예 작품의 문구, 직접 남긴 글 등에서 따온 표현으로 그의 언어와 정신을 한눈에 보여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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