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뜨거웠던 2014년 5월 최종식 교수의 그림 이야기를 들으러 서교동에 소재한 그의 화실을 찾았다. 몇 년 전부터 약속한 인터뷰라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최종식 겸임교수의 화실은 자신의 미술 작업에서 깊게 고민한 흔적이 다양한 장르의 그림으로 곳곳에 묻어 있었다. 지천명을 한참 지난 나이를 언급하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날카로운 시각의 개념적 그림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미적인 아름다움과 편안하고 행복한 그림을 보여주게 될 거라고 하였다
최종식 교수의 그림과의 인연은 그의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막연하게 그림에 재미와 흥미를 느꼈던 그 시절, 그는 사춘기를 겪으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는 최종식 교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미술반 활동을 했던 최종식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평생 미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당시 60년대 말, 삼형제 중에 장남인 그가 미술을 선택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그의 미대 진학을 많이 말리셨다.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머니가 오셔서 저를 데리고 가곤 하셨죠. 그러나 어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습니까?” 고등학교 3학년 5월 경, 결국 부모님이 허락을 하셨고 최종식 교수는 본격적으로 화실을 다니면서 미대 입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입시를 준비했지만 유화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미술을 좋아 했기에 빨리 적응을 했던 것 같았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미술과 인연이 맺어져 최종식 교수는 이듬해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 졸업 후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겸임교수와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동서의 융합이 나의 그림
최종식 교수의 작품의 특징은 동양정신을 나타내는 그림에 서양의 기법을 사용하여 융합을 시도한다. 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듯 박연폭포, 미인도 등과 같은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이 영글어진 그림들을 서양의 언어로 번역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방식은 동양 사상을 언급할 때 흔히 등장하는 원이나, 일직선, 점 등의 형상과 문인화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구성하고 먹으로 그린 다음 서양에서 특징적으로 써오던 방식으로 다시 재현을 하는 것이다. 데생이나 유화, 호치키스를 박거나 점을 찍고 철망을 겹치는 식이다. 이런 동서양의 융합으로 그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과 기법, 오브제가 공존하고 있다.
최종식 교수의 작품이 처음부터 동서의 융합을 공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졸업 후 십여 년 간 생명의 경외감 관해 미시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작품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 1996년, 건강했던 친한 친구가 30대의 나이에 돌연사 한 일을 겪고 나서 늘 해오던 작품 활동에서 오는 허전함과 함께 매너리즘을 느끼면서 작품 활동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서양미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데생, 소묘 등을 시작으로 스스로 서양 미술의 훈련방법과 공부법을 조사했고 동양과 다른 서양미술의 사물에의 접근방식, 철학, 시각 등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하면 동양과 서양의 미술을 화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최종식 교수의 작품은 동양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철학과 생각들을 서양의 형식과 기법으로 표현하고 또 작품의 주제가 된 것이다.
힐링을 위한 그림이 좋다
대학에서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최종식 교수는 난해한 현대회화를 어떻게 감상해야 될까요? 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에 1차적으로 아름다워서 시각적으로 즐거운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것은 1950년 이후 대두된 모더니즘적 시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모더니즘이 전쟁으로 인해 현대는 궁극적 아름다움에 대해 회의하고 부정하게 되었고 이는 회화는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 넣거나, 그림에 구멍을 뚫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모더니즘 시대에 교육을 받았던 최종식 교수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모더니즘적인 면모를 볼 수 있지만 현대 미술사조의 흐름을 화면에 도입하려는 노력을 낯선 재료의 사용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종식 교수는 학술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점을 개발하기 위해 힐링을 위한 작품 활동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그는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건조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인간적이고 자연스런 그림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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