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이 책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 올린 세계적인 출판계의 거장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의 을 개최하고 있다. ‘책’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슈타이들과 아티스트들의 협업 과정이 입체적으로 공개되는 이 전시회에서 관객은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시각적인 관망 뿐 아니라 촉각 및 후각에 이르는 공감각적인 체험으로 만나게 된다. 슈타이들은 아티스트들의 히어로이자 살아있는 아트북의 전설이다. 1950년 독일 괴팅엔(Gottingen)에서 태어난 그는 17세부터 독학으로 인쇄기술을 습득해 인쇄출판업을 시작했다. 1972년 첫 번째 책을 출판한 이래 80, 90년대에는 문학, 사진, 예술 서적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아날로그 매체인 종이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그는 편집,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책 제작에 있어 직접 진행하는 ‘북 마이스터’(Book Meister)다. 책과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추구해 온 그는 패션, 사진, 회화, 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장르에서부터 상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출판과 인쇄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켜왔다. 현재 그는 매년 400권 이상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판하며 세계적인 퍼블리셔(Publisher)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현존하는 팝 아트의 거장 ’짐 다인(Jim Dine)'과 에드워드 루쉐(Ed Ruscha),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Gunter Grass)',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사진작가 ‘코토 볼로포(Koto Bolofo)'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거장들이 슈타이들과 함께 그들의 책을 만들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구성된 이번 슈타이들전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보여주고 슈타이들의 노력과 열정, 장인정신과 실험정신이 깃든 총체적 예술세계를 공개하게 된다. 관객은 다방면의 작품이 책으로 만들어진 과정을 통해 실제 작품이 어떻게 책에 담기게 되는지, 혹은 종이라는 매체가 예술적인 창작물인 책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상세히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가장 슈타이들다운 전시회가 될 예정이다. 현대 사진가들의 교과서로 불리우는 로버트 프랭크의 ‘The Americans'(디 아메리칸스. 1958년)가 출간 50주년을 맞이해 슈타이들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된 과정, 팝 아트 작가 ’짐다인‘의 판화 원판을 책 속에 재현하기 위한 정교한 디자인 등 책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공간도 마련된다. 또한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에드루쉐(Ed Ruscha)의 리미티드 에디션 'On the Road'(온더로드)는 타이포그래피를 회화에 접목시킨 작업으로 권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작이다. 더불어 귄터그라스, 그림 형제 등의 문학작품이 커버로 디자인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예술서적과 상업브랜드의 성공적 접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코토 볼로포와 짐 다인은 이번 한국 전시에 즈음해 새로운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슈타이들 전의 백미는 시각적이고 평면적인 형태의 작품과 출판물을 보여주는 1차원적 전시를 넘어 관람객들이 공감각적인 체험을 통해 출판물들의 여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인체의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해 종이를 선택하게 되는 출발의 시작점에서부터 타이포그래피, 이미지 사이즈, 책 표지 선택과 같은 디자인적 요소의 결정 과정과 제본 및 최종 인쇄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을 관람객들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관람객들이 갓 인쇄한 책의 향을 향수로 만든 제품, ‘페이퍼 패션’(Paper Passion)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출판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슈타이들의 서점(Steidl Pop up Store)또한 매력적인 전시다. 슈타이들과 작업했던 여러 작가들의 결과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슈타이들의 서점이 전시공간을 또 다른 상상의 장소로 변신시켜주고 있다. 대림미술관의 명소 D라운지(D Lounge)에서는 슈타이들의 작업과정을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88분)이 상시 상영된다. ‘한번 탑승하면 미션이 완수될 때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잠수함’으로 자신의 작업을 표현한 슈타이들. 이번 슈타이들 展은 한권의 책이 예술작품으로 탄생되는 출판의 모든 여정을 관람객이 그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여행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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