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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 롯데뮤지엄 | 2026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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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이강소의 개인전 <이강소: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을 8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반 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실험을 이어온 이강소를 오늘날의 시선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회화, 조각, 설치 등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조각과 판화 작품을 대규모로 구성하고, 한국화 신작을 최초 공개하며 시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확장해 온 이강소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보여준다.

이강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을 완성된 결과가 아닌 행위와 시간, 공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장해 온 그는 1980년대 이후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도 조각, 설치, 판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초기 실험미술에서 탐구했던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발전시켜왔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행위와 흔적,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하며 오늘날에도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오고 있다.

전시명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고 변화하는 이강소의 작품 세계를 함축한다. 이강소는 순간적인 붓질과 행위를 통해 작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미지와 풍경을 화면에 발생시키며, 완성된 작품 역시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강소에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형상의 생성과 소멸을 넘어,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강소의 예술관을 바탕으로 작가가 반세기 넘게 이어온 창작의 과정을 정면에 세운다.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우연과 즉흥, 의도의 소거가 개입하는 과정을 조각·판화·회화를 넘나들며 추적함으로써, 관객은 이강소의 세계관을 마치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근접해서 마주하게 된다. 또한 한국화 형식으로 실험한 신작이 최초 공개되며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는 그의 실험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는 이강소의 대표 회화 시리즈 〈청명〉을 기반으로 한 LED 신작으로 문을 연다. 원작과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이 작품은 맞은편에 놓인 거울을 통해 다시 한번 반사되며,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인지와 실재 사이의 실험을 새로운 매체 위에서 이어간다. 세 폭으로 나뉜 화면 사이의 틈은 봉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며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그리고 작품이란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어지는 전시 초반부에서는 조각과 드로잉, 회화를 통해 이강소 작품 세계의 출발점을 살펴본다. 이강소는 흙을 던지는 신체의 움직임과 중력, 재료의 우연한 만남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조각을 제작해왔다. 여러 시기에 제작된 이른바 '던지기 조각' 30여 점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우연과 과정에 기반한 조각 작업을 소개한다. 함께 전시된 드로잉은 붓질과 그 반복을 통해 화면이 형성되는 과정을 담은 작업들로, 이강소의 관찰과 실험의 흔적이자 회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바람이 분다〉 회화 연작의 한국화 형식의 실험을 한 신작을 최초 공개한다. 그간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중심으로 작업해온 작가가 화선지, 먹 등 전통적인 재료를 새롭게 활용하며 오랜 시간 이어온 회화적 탐구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중반부에서는 대표적인 회화 연작을 비롯해 설치, 판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 언어를 모색해온 이강소의 실험을 폭넓게 조명한다. 이강소의 회화는 작가의 의도보다 앞서 작용하는 붓질과 완성되지 않은 여백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러한 회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청명〉, 〈무제〉, 〈섬에서〉 등 주요 대형 연작 11점을 규모 있게 선보인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도 소개한다. 전시장 사이에 위치한 〈여백〉은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설치작업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양쪽의 거울을 통해 갈대가 실제 공간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환기한다. 이외에도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석고 가루 위를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남긴 흔적들을 작품화한 〈무제-75031〉, 제갈공명의 여덟 가지 전술 배치에서 영감을 얻은 〈팔진도〉 등 대표적인 실험미술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판화 연작에서는 반복과 복제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이미지와 실제의 관계를 탐구한 작업을 소개하고, 사진과 영상 작업에서는 현실을 그대로 기록하기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바라보는 이강소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후반부에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품을 둘러싼 관계에 주목한다. 아카이브 존에는 대형 붓 등 이강소가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작업 도구와 사진, 기록물 등을 작업실에서 그대로 옮겨와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실제 작업실에서 조각을 천으로 감싸 보관해온 방식에서 착안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조각 작품 20여 점을 천으로 덮인 상태로 새롭게 선보인다. 일명 '유령조각'이라 명명된 이 작품들은 천 사이로 일부 형상만을 드러내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경험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1973년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소멸〉의 재현도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이강소는 '명동화랑'에 실제 선술집의 탁자와 의자, 술잔 등을 들여놓고 일주일 동안 운영하며 사람과 공간, 시간과 관계가 만나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확장했다. 이번 롯데뮤지엄 전시에서는 〈소멸〉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마당 문화에서 착안한 평상 구조물을 새롭게 마련해 관객이 자유롭게 머물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품이 지닌 '관계의 장'이라는 의미를 오늘의 관객 경험으로도 이어 나간다. 

이강소 작가는 "돌아보면 나의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은 결국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만나는가'였다"며 "이번 전시에서도 관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작품을 자유롭게 바라보고, 저마다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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