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가 온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흥행 대작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난 6월 13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2012년 초연 당시 10주 연속 티켓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총 120회에 걸쳐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12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올해의 뮤지컬상을 비롯 총 8개 부문을 석권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아 대한민국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초연의 폭발적인 관객 반응에 힘입어 2013년에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엘리자벳>은 ‘여름철은 공연 비수기’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회 전석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며 최고의 스테디셀러 공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루케니는 황후 엘리자벳을 암살한 혐의로 100년 동안 목이 매달려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판사에게 엘리자벳 스스로가 죽음을 원했으며, 일생 동안 ‘죽음’을 사랑했다고 항변한다. 루케니는 증인을 세우기 위해 그 시대의 죽은 자들을 다시 깨우며 과거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어린 시절 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엘리자벳은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면서 신비롭고 초월적인 존재인 ‘죽음(Der Tod)'과 처음 마주하게 된다.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한 ’죽음‘은 그녀를 살려두고, 마치 그림자처럼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돈다. 엘리자벳에게 첫 눈에 반해 평생 그녀만을 사랑했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그는 어머니 소피의 반대를 무릅쓰고 엘리자벳과 결혼한다. 하지만 엄격한 황실 생활과 엘리자벳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계속 갈등을 일으키고, 그럴수록 시어머니 소피는 엘리자벳을 더욱 옭아매려 한다. 그런 그녀를 어둠 속에서 지켜보던 ’죽음‘은 자신이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며 끊임 없이 엘리자벳을 유혹한다.
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엘리자벳>에는 2012년, 2013년 공연에서 활약했던 옥주현, 전동석, 김수용, 최민철, 이지훈 등 최정예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뮤지컬 배우 조정은, 신성록, 가수 최동욱(세븐) 등 새로운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작품의 풍성함을 더한다.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품격 있는 연기는 음반 차트를 점령했던 유려한 음악과 만나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엘리자벳>의 음악은 인물간의 관계와 캐릭터의 갈등을 드라마틱한 선율로 담아내는데 큰 역할을 맡는다. 이는 곧 교보핫트랙스, 한터차트 등 공신력 있는 음반 차트를 석권한 것으로 증명이 된 바 있다.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은 <엘리자벳>의 웅장한 음악은 비엔나에서의 초연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편곡 및 구성에서 여전히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멜로디를 갖고 있다. 또한 약 11미터의 브리지(Bridge)를 활용해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유혹에 흔들리는 엘리자벳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 ‘마지막 춤’ 장면은 6명의 ‘죽음의 천사들’과 함께 펼치는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캐릭터 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 사이에서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2막 후반부에서 아들 루돌프가 아끼던 배를 호수에 띄워 보내는 ‘행복은 너무나 멀리에’ 장면 등 강약을 조절한 유려한 무대 연출로 엘리자벳의 비극적인 운명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곧 퇴색하지 않는 명작의 진정한 힘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8-19세기 합스부르크를 배경으로 엘리자벳 황후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한국 제작진은 역사적 고증을 거친 아름다우면서도 기품 있는 왕실 의상을 준비했다. 특히 엘리자벳의 초상화에도 등장하는 ‘별 드레스’는 드레스에 달린 별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바느질해 의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죽음의 의상과 그와 함께 등장하는 죽음의 천사들은 날개의 겉 면과 안쪽 면을 다른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하고 깃털 하나하나에 스톤을 붙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신비로운 모습을 강조하는 등 다채로운 캐릭터에 걸맞은 370여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또한 1,400여 개가 넘는 방이 있었을 정도로 성대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궁전을 재현해 뮤지컬 <엘리자벳>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했고 2중 회전 무대와 3개의 리프트 등으로 보는 재미를 극대화 했다. 황실의 결혼식, 무도회, 황제의 대관식 등 화려한 장면들은 현대적인 영상과 조명을 활용해 세련된 무대 예술의 극치를 보여 준다. <엘리자벳>은 뮤지컬이 선사할 수 있는 최상급의 무대 예술을 관객에게 선물할 준비를 마쳤다. 뮤지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엘리자벳>은 9월 6일까지 계속된다. 엘리자벳, 그녀의 주위 어딘가에 ‘죽음’이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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