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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의 대지 위에 꽃을 피우다

김희숙 작가 | 2026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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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 이면에는 화려한 개화 뒤에 고요하고 엄숙한 낙화를 준비하는 생명의 철학을 지니고 있다. 차가운 대지의 무게를 뚫고 올라와 마침내 꽃잎을 틔우는 과정은 수많은 인내와 환희가 반복되는 우리네 삶과 매우 닮아있다. 김희숙 작가는 그 본질적인 생명력을 강렬한 필치로 담아내어 치열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건네고 예술이 가진 치유의 에너지를 나누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꽃, 피우다’라는 일관된 주제를 통해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삶이 맞물리는 지점을 탐구해 온 김희숙 작가를 인터뷰했다. 

김희숙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은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을 재구성하는 창작 활동을 넘어 내 안의 깊은 사유와 고민을 캔버스라는 물리적 공간에 쏟아내는 고백적 기록이다. 약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꽃을 단순히 피고 지는 식물이 아닌, 시간의 흐름 안에서 시작과 끝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는 매개체로 규명해 왔다. 화면 속에서 떨어져 나간 과거의 파편들과 새롭게 다가올 미래의 설렘이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통해 김희숙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기 삶의 궤적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순환의 미학’이라는 작품세계에 천착 중인 김희숙 작가는 그동안 개인전 16회 및 국내외 그룹전 300여 회에 참여했으며, 중국 상해 주포미술관, 일본 메구로 루갤러리, 이탈리아 슈트리시 기획초대전 등을 개최하며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사천지부장, 사천시 경관‧디자인 진흥 위원 등을 역임한 김희숙 작가는 현재 사천시 문화재단 선임이사, 사천예총 부회장,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개천미술대전 초대작가, 경상남도 미술협회 자문위원 등을 맡으며 국내 미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천의 대지가 주는 영감을 작품 선보여

“저에게 캔버스는 단순히 꽃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찰나의 순간들을 모아 거대한 생명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성찰의 장입니다. 최근에는 한국미술협회 사천지부장으로서 지역 예술계의 토양을 일구는 행정가로 바쁜 시간을 보냈으나, 이제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캔버스 앞에 섰습니다. 사천의 대지가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제 작품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서적 위안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선사하기를 희망합니다.”

김희숙 작가는 작업 초기엔 꽃의 형태적 아름다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형태를 과감히 단순화하고 역동적 터치와 색 면을 통해 본질적 에너지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굳이 형태를 규정하거나 명제를 설명하지 않아도 화면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정성을 공유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캔버스라는 광활한 대지 위에서 붓 터치와 나이프의 힘 있는 운동감을 즐긴다. 아크릴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며 생겨나는 두터운 마티에르와 물성을 활용해 생동감 넘치는 회화미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경쾌하고 역동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김희숙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다. 김희숙 작가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생명의 흐름을 만들 듯, 자신의 작품 속 에너지가 보는 이들에게 현재의 나를 긍정하고 삶의 즐거움을 되찾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전하는 작가 될 것

김희숙 작가는 지난 3년간 사천미협 지부장으로 재임하며, 사천만의 독자적인 공공미술 문화를 구축하고 지역 작가들이 마음껏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 도시 사천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았다. 사천시 경관 및 디자인 진흥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예술과 도시의 공존을 고민했던 경험은 다시 대부분의 주어진 시간을 향해 붓을 든 김희숙 작가에게 큰 예술적 자양분이 되었다.

“예술가로 살아온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줄기이자 매 순간 저를 지탱해 온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작가로서 저는 어떤 완성된 지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하기보다, 여전히 새로운 사유의 싹을 틔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행형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사천이라는 대지가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감수성이 함께 피어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업의 매 순간 자연과 마주하며 저 자신을 발견해 왔듯이, 사천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 속도의 시대 속에서 김희숙 작가가 꿈꾸는 것은 역설적으로 잠시 멈춰 서는 힘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희숙 작가에게 꽃을 피우는 작업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나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고,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다시 하나로 잇는 성찰의 과정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작품이 관람객 개개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투영해 볼 수 있는 따뜻한 고백으로 남길 바라는 김희숙 작가. 

인터뷰 마지막에 김희숙 작가는 “꽃이 피어나듯 여러분의 삶 속에서도 문화적 감수성과 행복이 함께 피어나길 바랍니다. 또한, 제가 이토록 쉼 없이 달려올 수 있게 지지해 주신 사천 지역사회와 가족 그리고 제 작품을 아껴주시는 모든 분께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저는 제 고향 사천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역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제가 받은 여러 도움을 돌려드릴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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