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3개년간 “현존과 좌표”라는 표제 아래 무대의 심부를 연극의 본연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인간’에 집중한다. 표제 “현존과 좌표”는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와 실존의 표상이라는 화두로 인간으로서의 연극과, 또 연극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상호 관계성을 좌표계에 빗대어 명명됐다.
특히 2026년은 “불완전함의 역설”을 제재로 결점의 인간, 불완전성 속에서 비로소 꽃 피우는 삶의 드라마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AI 시대에 불완전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원적 힘이자, 실존은 결함을 전제로 태어난다는 섭리를 담은 공연들이 대항의 반기를 든다. 인간만이 감지할 수 있는 제3의 무언가, 그 행간의 여백을 들여다보는 작품들로 꾸린 국립극단 2026 시즌 라인업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인간의 삶이 곧 살아있음을 대변하고 존재한다는 것의 정의임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국립극단은 문화예술 성지로서 명동의 부활과 열린 극장을 표방하는 ‘명동예술극장 르네상스’ 제창에 힘을 싣고자 2025년부터 1년 365일 휴관일 없이 명동예술극장의 상설 개방을 진행해 왔다. 2026년이면 개관 90돌을 맞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은 한국 공연예술의 원천이자 발상지로서 극장의 물리적 아우라를 구축하고 국민의 일상에 연극의 씨앗을 심고자, 극장 몸체를 열어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연극예술의 퍼레이드를 펼친다.
무대가 숨을 고르는 화요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와 객석에서는 인문학 강연 [명동人문학]이 열린다. 공연이 없는 화요일 저녁 연극의 본질을 비추는 인문학적 주제들로 강연과 질답을 통해 무대와 객석이 서로의 사유와 성찰을 나눈다.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통해 참여 신청할 수 있으며 연극과 공연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연극은 극장을 벗어나 관객의 일상에도 스며든다. 평일 하루, 낮 12시가 되면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는 거리극 공연 [한낮의 명동극]이 명동 거리를 연극 축제로 물들인다. 일평균 유동인구가 7~8만 명에 달하는 명동 중심 거리에 있는 극장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공연예술의 접근성을 높이고 연극 관람 경험이 없던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고자 기획됐다. 마당극, 서커스, 연희, 컨템포러리, 마임 등 고정된 객석과 무대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극장의 경계를 더욱 확장하는 거리 연극들이 예술의 메카로서 명동을 부흥하고 국민 문화 향유의 확대를 꿈꾸고 있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관객이 직접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진행되는 희곡 낭독 아카데미 [희곡: 낭독으로 잇다]는 낭독 연기술 등 연극의 제작 과정을 체험하는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문적인 강사진과 충실한 강의 구성, 낭독극의 무대로 마무리하는 실전 발표회까지 참여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매 회차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증명해 왔다. 2026년에는 참여 회차를 확대하여 더욱 많은 시민이 희곡과 연극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예약 오픈 시마다 찰나의 매진을 기록하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인기 프로그램 [백스테이지 투어]도 계속된다. 레드커튼 뒤 무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명동예술극장 [백스테이지 투어]는 90년의 세월을 간직한 극장의 역사만큼 무궁한 에피소드로 관객을 맞이한다. 무대와 기계실, 분장실 및 연습실, 옥상정원까지 명동예술극장의 곳곳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음향, 조명, 무대 장치 등 연극이 만들어지는 무대 뒤에 정경도 살펴볼 수 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70분간 진행되며, 매월 1일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소정의 참가비로 선착순 예매가 가능하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새해 국립극단의 다시 뛰는 도약을 준비하며 “인류사에 제동 없는 발전과 혁신의 속도가 기술의 진보를 쫓는 때에 국립극단은 원형과 본질로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과거에서 오늘을 찾고 인간 존재의 본연에서 출발하는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 시대의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그 사명 아래 국립극단은 국경을 넘어 우리 연극의 도약을 이루고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이어 나가는 등 바라왔던 결실들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