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팝 아트의 마에스트로 앤디 워홀의 살아 숨쉬는 작품들이 6월 6일부터 9월 27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앤디 워홀 라이브>展이라는 이름으로 생중계된다. 이번 전시는 미국 피츠버그 앤디워홀미술관의 소장작품을 대거 소개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공개 작품들을 포함하여 앤디 워홀의 시대별 작품들과 삶의 흔적을 그야말로 총 망라하여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앤디 워홀 라이브>展은 그의 유년시절을 보여주는 사진과 특유의 자화상 사진들부터 상업 디자이너로 활동한 뉴욕시절의 드로잉, 캠벨수프 시리즈를 비롯, 팝 아티스트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한 1960~70년대 실크스크린 작품들 그리고 마릴린 먼로, 마오쩌둥, 마이클 잭슨, 무하마드 알리 등 유명인사들의 초상화 40여 점을 소개한다. 또한 앤디 워홀이 제작한 영화와 타임캡슐이라는 일생의 기록물 190여 점까지, 시각예술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한 예술가 앤디 워홀의 작품 약 400여 점을 공개한다.
앤디 워홀은 상업미술가로 활동하면서도 개인 작품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했다. 1956년 <황금 슬리퍼>전을 열었고, 1961년에는 백화점 쇼윈도에 5점의 회화를 전시하기도 했다. 이는 만화와 신문광고 이미지를 이용한 작품들이었다. 1962년 사진에 기초한 실크스크린 기법을 개발해 LA에서 <32개의 캠벨 수프캔> 전시를 열면서, 대량생산된 상품이라는 소재와 사진 전사 실크스크린판화라는 자신만의 기법을 가진 팝 아티스트로의 이력을 시작하게 된다.
1964년에 이르러 그는 ‘팩토리’라 불린 넓은 작업실을 열어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조수를 이용해 작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실험적인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그가 매니저를 맡은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밤마다 파티가 열렸던 그의 팩토리는 이내 60년대 뉴욕의 문화를 상징하는 명소가 되었다.
앤디 워홀은 당대 대중의 생활을 가장 잘 반영하는 대상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수프나 비누와 같은 상품, 엘비스 프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은 스타의 사진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 또한 그는 예술가답게 시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 박람회 기간에는 <열세 명의 지명수배자>를, 마릴린 먼로가 자살했을 때는 <마릴린 먼로>를, 닉슨의 중국 방문 때에는 <마오>를, 케네디 암살 사건 후에는 <재키>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부와 명성 그리고 풍요에 대한 작품 외에 그 이면을 이루는 죽음 또한 그의 핵심 주제였다. <전기 의자>, <자동차 사고>, <해골> 연작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 작품이다.
1970년대의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에 드로잉, 페인팅, 콜라주 등을 섞어서 기법을 다양화하는데 치중했다. 사진을 꿰매어 연결해 한 화면으로 만드는 <꿰맨 사진>, 물감을 칠한 캔버스에 소변을 봐서 추상적인 효과를 내는 <산화 회화>, 추상화의 효과를 내는 거대한 캔버스 작업인 <그림자>도 이 시기의 형식 실험들이다. 또 그는 많은 책에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그가 구술한 내용을 비서가 기록해서 만든 저작들에는 1975년에 나온 『앤디 워홀의 철학』, 1980년에 나온 『팝-이즘』 등이 있다. 1976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일매일의 전화 통화로 그의 일상을 기록한 『앤디 워홀 일기』는 그의 사후인 1989년에 나왔다. 1974년부터는 그의 손을 거쳐간 모든 물건을 상자에 모으는 ‘타임 캡슐’ 작업을 시작하여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앤디 워홀은 1987년, 58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담낭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앤디 워홀은 상업적인 대중문화와 일상 생활의 어휘를 미술에 끌어들인 팝 아트로 동세대와 소통하고 그 시대를 가장 민첩하게 반영했다. 또한 그의 독특한 성격과 스타일로 현대인의 욕망과 가능성을 정직하게 끌어내 보여줬다. 앤디 워홀의 작업은 회화와 판화, 예술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무효화시켰다. 그는 작품과 생활로, 고급 예술과 저급한 대중 문화, 상류 사회와 전위 예술가 사회를 융합시키는데 일조하였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한편, 아트프라이스 닷컴이 발표한 ‘2014년 미술 경매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워홀의 작품은 지난해 단일 작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액인 5억 6,950만달러가 경매장서 거래되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거래액 3억7,505만달러보다 약 1.5배 많은 액수다. 이렇듯 상업디자이너로 시작하여 팝아트의 제왕이 된 앤디 워홀의 삶과 예술 모두를 생중계로 맛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앤디 워홀 라이브니까.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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