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 9명은 말기 환자에게 호스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신체적 치료와 함께 심리적, 영적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의료행위를 뜻한다. 응답자의 96.1%는 암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환자가 말기 상태일 경우 호스피스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며 무조건적인 연명 의료가 아닌 호스피스의 활성화로 인간 생명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자 하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원장 능행스님)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능행스님은 ‘사랑이 곧 치유다’라는 비전으로 2013년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을 설립 완공하여 전인적 돌봄을 실천하며 행복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짐으로써 보다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 ‘웰다잉(well-dyeing)’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호스피스 및 연명 의료결정의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매년 27만 명이 죽음을 맞고, 130만 명의 가족이 고통받는 상황은 웰다잉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장인 능행스님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올해로 22년째 이어오며, 해마다 100여 명 이상 사람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능행스님은 2000년 청원군 구녀산 자락아래 조립식 60평 건물에 마당에는 소박한 들꽃 정원을 만들어 불교계 최초로 독립형 호스피스센터를 시작하였다. ‘정토마을’에서 15개의 병상으로 시작하였지만, 이후 많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모여 2013년 자재요양병원으로 승격하였고 108개의 병상을 마련해 전인적인 완화의료와 전인적인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108병상의 완화의료 중심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으로 개원하면서 완화의료전문의 성지로 떠오르며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호스피스 활동을 수행으로 삼아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는 능행스님은 현재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협회장을 역임 중이며 오랜 기간 차별화된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을 최고의 병원으로 진두지휘함으로써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 제3회 대원상 단체부문 대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 불이회 제24회 불이상 등을 수상했다. 또 최근에는 지난 20년간 2,000여 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보고, 임종을 도우며 깊고 넓게 성찰한 것들을 『숨』이라는 책으로 엮어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능행스님이 20년간 실제 죽음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맞닥뜨려온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삶에서 위기를 맞게 될 때 길을 찾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완화의료 복지사업을 통해 자비를 실천하다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은 불교계와 지역사회에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는 병원이 되고 싶습니다. 난치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피고자 발원한 후원자들과 봉사자 그리고 의료인들이 함께 사회에 공헌하는 병원으로 만들 것이며, 끊임없는 연구와 헌신으로 전인적인 의료를 해 나갈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자비정신에 따라서 난치의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병원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높여가도록 정토마을 후원가족들 그리고 의료진과 함께 최선을 다해 헌신하겠습니다.”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은 명상치유와 심리치료 및 대체의학을 접목하여 전인적인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114병상의 쾌적한 환경과 전문의 및 간호 인력의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며 호스피스병동과 재활병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CPE센터를 운영하여 정신적 영적차원까지 치료와 치유를 확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멤버들이 함께 가족이 되는 병원이 되도록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인 죽음의 문화를 회복해야
“죽음을 정중하고 공손하게 대하면서 애도하며 잘 보내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문화가 아닙니다. 얼마나 개인주의화가 진행됐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례식만 보더라도 직계가족 몇 명만 빈소를 지키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심지어 한두 명이 앉아서 초상을 치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죽음의 절차가 너무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간소화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입니다. 애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죽음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교육과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것은 결국 삶이 상실된 사회로 연결된다고 능행스님은 말한다. 삶의 반영이 죽음이고, 죽음의 반영이 삶이기 때문에 죽음의 문화가 상실된다면 곧 삶의 전통성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럼으로써 내가 원하는 나의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덜컥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의 삶이 중요한 만큼 죽음도 중요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 없이 결코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고 능행스님은 강조한다.
“사람들이 노트에 써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10년 전에 가졌던 것, 5년 전에 가졌던 것 그리고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말이죠. 그리고 내가 왜 행복하지 않은지, 진지하게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 감각에 빠져 있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지만 더 가지려고 하고 지금도 충분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더 좋은 것을 가지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소유의 가르침이 굉장히 깊게 다가옵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사는 마음가짐. 소박한 우리의 삶으로 회귀하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 옛날 우리조상들이 행해 오던 전통적인 죽음의 문화를 회복하여 인생의 마지막에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능행스님. 사람이 아름답게 살다가 떠나는 마지막 모습이 평온하고 따뜻해야하는 이유를 능행스님은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능행스님은 오늘도 호스피스 봉사활동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잠든다. 많은 후원자 및 봉사자들의 눈물과 땀으로 설립된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완화의료 대상자 그리고 각종 노인성 환자들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아름답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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