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강도 높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3년 만에 핵실험에 성공했다. 남북 관계와 북중 관계 모두 신정부 들어 가장 좋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주변국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으로 인해 마치 19세기 말 미·일과 중·러 틈바구니에 끼어 ‘바람 앞의 등불’ 같던 한반도 정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아 외교통일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올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환경과 남북 관계가 어렵고 엄중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당사자는 결국 우리고, 위기 상황을 맞아 그동안 뿌린 외교적인 성과를 제대로 거둘 때가 됐다는 것이다. 나 위원장은 “무엇보다 우리가 이제 실질적으로 주도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했던 정상외교 등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주변국의 컨센서스를 어떻게 이끄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대응이 단순히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사실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 위원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물론 부담감은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 문제를 어떻게든 우리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재를 끊임없이 유엔에서 해봤자 실효성이 없었다”며 “지금도 화려한 결의안 이야기가 나오고 각국의 규탄 결의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 수사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번쯤 우리가 국론을 일치시켜 정말 단단한 각오로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단순한 결의안 채택으로 만족하지 말고 외교적인 노력을 그 부분에서 해야 한다는 것. 결국 북핵 문제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가 아니라 우리가 좀 더 주도적으로 해야겠고, 외교적인 노력을 더해 북한에도 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우리가 감수를 해야 한다.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싸울 땐 싸워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제, 특히 안보 문제는 주변국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미·일·중·러와의 관계 속에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도적 외교를 해야 할 때이다. 지난해 가을 중국 전승절 참석부터 시작해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등 우리나라는 상당히 주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펼쳤던 정상외교 등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주변국을 어떻게 끌어가느냐에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 문제가 달려 있다고 나 위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또한 최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나 위원장은 견해를 늘어놓았다. “외교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소녀상, 불가역적인 합의 등이 우리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다. 당장 재협상 추가 협상을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정부가 앞으로 국민 뜻을 잘 받들어 나머지 이행 과정을 올바르게 밟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위원장은 이어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이야기를 해나갔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장은 “그 점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왜 할머니들에게 미리 이해를 못 구했을까. 정부가 이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다. 미리 했어야 하는 것을 끝나고 나서 주워 담으려면 잘 안 되는 법이다. 백배 노력해야 한다”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성의 있는 이해 작업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나 위원장은 지난 11일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여 ‘정치에 무관심한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으로 G12와 토론을 펼쳤다. 이날 방송에서 나 위원장은 “청년 정치적 무관심의 1차적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역감정에 대해서도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 출마하면 당연히 당선이 되니까 자만하는 정치인들도 있다”며 “이념보다 출신 지역이 정당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열띤 토론이 마무리된 뒤 나경원 위원장은 “워낙 진지하게 해서 감명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고, 이날 방송에서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가감 없이 꺼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소신 있는 정치 신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판사 출신으로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대변인 경력 등 화려한 이력과 출중한 미모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당 내 유일한 3선 여성 의원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나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낙선 이후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했다. 이후 여성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외통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력을 입증했다. 현재 정계에서는 나 위원장에 대해 4선 고지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차기 당권·대선 후보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본인 역시 20대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원내대표직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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