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인 에드가 드가는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보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즉, 예술가는 단지 자신이 본 것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감각과 시선을 움직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 소개할 유경희 작가의 작품도 그렇다. 유경희 작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인 시리즈’ 작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여성을 비롯한 모든 관람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화성 작업실에서 100호 대작을 그리는 데 천착하며 한층 진일보된 여인 시리즈를 진두지휘 중인 유경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올해 상반기, 유경희 작가는 그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유경희 작가는 지난 2월 부산 갤러리H에서 제15회 초대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카페 아미갤러리에서 제16회 개인전, 6월에는 갤러리 디 아르테 청담에서 전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렇듯 유 작가의 활발한 작품 활동은 아트페어 참여를 하지 않아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작업에 몰두 중인 유경희 작가는 현재 10대 소녀에서부터 60대 여성까지 시리즈 형식으로 100호 대작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다. 모든 정성과 노력으로 진심을 담아 잔잔한 미소를 표현하고 색을 입히고 있는 유경희 작가는 연내 이 대작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며, 이 작품들이 완성되면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 여인 시리즈를 공개할 계획이다.
여인의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
“여인의 표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눈, 코, 입을 어떻게 그리냐에 따라 여인의 인상도 표정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에는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내재적 감정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저는 여인을 그릴 때 눈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여인의 여러 가지 표정을 잘 표현해내는 작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저는 여성만이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서사를 계속해서 완성해나가겠습니다.”
유 작가는 변화하지 않는 것은 작가로서 직무 유기라는 측면에서 색감을 붉은색만 고집하진 않는다. 실제로 그녀의 최근작을 보면 분홍색과 같은 밝은 계통의 단색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 이뿐만 아니라 유 작가는 얼굴만을 클로즈업하는 게 아닌 여인의 전체적인 모습도 화폭에 담아내고자 하며, 이와 같은 방법론으로 스페인 여행의 경험이 녹아든 ‘춤추는 여인’ 작품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도 유경희 작가는 여인의 전체적인 몸짓 등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하여 조금 더 스토리가 풍부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를 이기고 싶다
“‘나는 무슨 마음으로 소녀를 그리며, 무슨 생각으로 여인들에게 색을 입히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봅니다. ‘이곳, 내 작업실이 그저 내 놀이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명료합니다. 저는 한 번도 저 자신을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무엇이 진정한 예술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저는 저를 이기고 싶습니다.”
미술작품은 우리네 일상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고, 그 무엇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미술’이라는 장르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과 허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유경희 작가는 다른 산업처럼 미술작품도 ‘렌탈 문화’가 보급됐으면 한다는 견해다. 렌탈 문화가 보편화되면 기업, 기관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도 미술작품이 스며들어 비로소 생활 속 예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힌 유경희 작가.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유경희 작가의 작품을 접하여 이 세상이 더욱 화사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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