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예술가 칼릴 지브란은 “기억은 과거를 사라지지 않게 한다”라고 했다. 즉, 우리가 기억하는 한 과거의 경험과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예술고 교장으로 정년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에 전념 중인 장국철 작가는 우리나라의 민속 기물처럼 잊힌 것들을 기억하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해내며 주목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사라지는 것들을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과거와의 시간 여행을 선물 중인 장국철 작가를 인터뷰했다.
장국철 작가는 한국의 정서를 담은 사실적인 정물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온 국내 화단의 중견 작가다.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정(情)을 발견하는 것에 능하며, 오래된 민속품 같은 잊힌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이들에 스며든 감정과 기억, 삶의 온기 등을 화폭에 섬세히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속초 작업실에는 수많은 생활기기와 소품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이는 장국철 작가가 인사동에서 수집하거나 길거리에서 가져온 것으로 모두 소중한 작품 소재가 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미술부 선생님과 가게 된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마룻바닥에 물이 사실적으로 고여있는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저 그림을 그린 화가가 나중에 세상을 떠나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누군가는 저런 그림을 그려야 하고, 내가 저런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다짐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장국철 작가는 지금까지 개인전 21회 및 20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많은 이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있다. 강원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힐링미술대전 대상, 신사임당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한국미술협회속초지부, 강원구상작가회, 아미 아티스트그룹, 홍익미술 등에 속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잇고 있다.
버려지고 잊힌 것들을 화폭에 되살려 감동 전해
“저는 낡아서 색이 바래지고 시간의 먼지가 켜켜이 쌓인 물건이 품은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제가 작업실에 있으면 저 물건들이 저마다 막 재잘대며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꺼이 이들을 바라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민속품 하나하나에 깃든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작업실에 놓인 저 물건들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는 저와 물건들 사이 일종의 약속으로 이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너무 지치지 않게 책임감을 지니고 그림 속 주인공으로 그 가치가 기억되게 하고 싶습니다.”
장국철 작가의 작품 소재는 색동 옷감, 놋그릇, 항아리 등 옛 어른들이 사용했던 생활 도구들이다. 그는 이 잊혀가는 것들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시절의 애환과 정을 그림으로 재조명하며 다시금 이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렇듯 민속 기물의 기억을 되짚고 그 모든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며 잊지 못할 감동을 전하는 장국철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붓놀림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에 관한 진심 어린 존중과 예술적 헌사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은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작품 그릴 것
“전시장에 가면 어떤 그림인지 이해하려고 머리가 아플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 작품은 이러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이 제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온전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제 그림을 보며 옛 생각에 잠기며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시기를 바랍니다.”
올해 5월 31일부터 7월 31일까지 디자인씽킹뮤지엄에서 기획초대전 <민속의 시간, 화폭에 담다>를 성황리에 마친 장국철 작가는 내년 1월 부스 개인전에 이어 4월에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참여를 확정 짓고 관련 준비에 한창이다. 오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삶에 뛰어든 장국철 작가는 더욱 활발한 작품활동을 통해 ‘인생 제4막’을 활짝 열어젖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국철 작가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들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지원해준다면 작가들은 더욱 양질의 작품을 창작하는 데 집중하여 문화예술산업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작가들을 위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출처 : 퍼블릭뉴스통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