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새벽. 벨기에 퓌르스 IFSC 리드 월드컵 3차전. 우승을 축하하는 시상식에 한국의 암벽여제 김자인이 있었다. 리드 부문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나 마르코비치(26. 슬로베니아)에게 빼앗긴 2013시즌랭킹(리드 월드컵 랭킹) 1위로 함께 탈환하는 순간이었다. 준결승전부터 김자인은 1위를 유지하며 안정된 자세로 결승전에 도전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마르코비치는 타임 아웃으로 50홀드를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김자인은 21일 새벽 프랑스 뷔앙송에서 열린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 연맹) 리드 월드컵1차전부터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자인은 지난 4월 프랑스 미요에서 열린 볼더링 월드컵 2차 대회 예선 도중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해 귀국한 후 볼더링 시즌 월드컵 출전을 포기한 채 부상치료와 재활에만 전념해왔다. 3개월의 재활 훈련 기간 끝에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자인은 예선 첫 번째 루트에서부터 완등을 성공하며 산뜻한 출발을 예감했다. 이어 예선 두 번째 루트에서도 완등, 예선 2개 코스를 모두 완등한 마르코비치 등 9명과 함께 공동1위로 2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부상공백으로 인해 9월 20일 열린 준결승에서 김자인은 잠시 주춤했으나 6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 주어진 홀드를 침착하게 정복하며 정상 완등에 성공했다. 결선 루트를 완등한 유일한 선수인 김자인은 결선루트에 도전한 마르코비치가 52번째 홀드에서 탈락하며 우승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자인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3개월의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회복이 빨라 리드 시즌 첫 대회부터 참가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결승 루트 완등은 물론 우승까지 차지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며 첫 리드 월드컵 우승 소감을 밝힌 데 이어 3차 리드 월드컵 결승에서도 유일하게 완등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로써 김자인은 2010년부터 4년 연속으로 퓌르스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9월 28일 낮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리드 월드컵 4차전 결승에서 김자인은 참가선수 중 유일하게 완등에 성공하며 우승,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김자인은 이로써 올 시즌 열린 4개 리드 월드컵 대회 중 3개 대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마르코비치와의 리드 세계랭킹 및 리드월드컵 랭킹 포인트 격차를 벌렸다. 또한 지난 퓌르스 월드컵에 이어 페름 월드컵 우승으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안았다. 한편, 지난 7월 부산 KNN타워를 오르는 ‘카스 라이트 빌더링 인 부산(Cass Light Buildering in Busan) 행사를 통해 그녀만의 탁월한 기량을 전해준 김자인은 10월 4일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빌딩을 다시 한번 더 올라 화제가 됐다. 코스 중감마다 난이도가 높은 ‘카스 라이트 사랑의 홀드’ 10개를 배치해 홀드에 도달할 경우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적립하게 된다. 카스라이트는 김자인 선수가 10개의 홀드를 모두 성공하게 됨으로써 총 천만원의 적립금을 소외 아동 보호 양육 시설에 전액 기탁했다. 라이트가 후원한 신종스포츠인 빌더링(Buildering)은 빌딩(Building)과 암벽등반의 한 종목인 암벽타기(Bouldering 볼더링)의 합성어로 도심 빌딩 벽을 오르는 것을 뜻한다. 세계 최고다운 큰 기부로 주목받음과 동시에 스스로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자인. 아버지와 오빠들의 손을 잡고 안양의 어느 인공암벽장을 오르던 열 한 살 어린 소녀는 각고의 노력을 거쳐 2012년 세계 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의 여제(女帝)로 등극했다. 타고난 근성과 끈기 속에 그녀의 행복한 클라이밍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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