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시몬과 플라타너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지는 계절이 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익숙해진지 오래, 문득 또 다른 이들의 청춘이 그리워질 때면 발걸음은 대학로 마로니에를 향한다. ‘지금도 마로니에는...’이라는 가사가 아름다운 옛 노래를 떠올려도 좋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조심스레 밟으며 혜화동 로터리까지 걷다보면 거기, 서울동성고등학교가 있다. 그 이름만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가늠할 수 있는 학교. 1907년 개교해 오늘에 이른 동성고등학교의 이름 아래,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동성 TEEN OB남성합창단이 있다. 동성 TEEN OB남성합창단의 시작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 당시 재학생들이 의기투합하여 창단된 TEEN중창단은 지난 반세기 동안 카톨릭 고등학교의 모든 교내 행사를 전담하면서 외부의 초청공연 및 경연 등 많은 교외행사를 도맡아 해왔다. 십대후반의 학창시절을 노래와 화음으로 갈무리 하던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그 추억을 잊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1983년 당시 1기부터 10기까지의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추억을 영원토록 이어가자는 뜻을 모아 창단된 노래모임이 바로 ‘동성 TEEN OB 남성 합창단’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 서로를 아끼는 이들이 모였으니 음악적 성과는 두말할 나위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흔하지 않은 남성합창단, 그중에서 순수한 아마츄어리즘을 이어가는 합창단이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순수 아마츄어 합창단의 선두그룹에 있다. 남성만의 강하고 선굵은 음성과 두성으로 자아내는 공명, 그 속에 조화되는 탄탄한 화성을 갖춘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남성합창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을 지니며 매력적인 보이스의 OB 합창단으로 인정받아왔다. 서로가 저마다의 음역과 음색을 내려한다면 종국에는 부딪치고 마는 것이 합창이다. 그러나 ‘동성 TEEN OB’는 합창에는 이같은 한계가 없다. 가족보다 더 끈끈한 우정과 사랑으로 이어진 소리모음인 까닭이다. 동성 TEEN OB 합창단은 이처럼 탄탄한 음악적 백그라운드에 ‘감성적인’ 이라는 수식어 하나를 덧붙인다. 마치, 변성기 이전의 곱디고운 음색을 지닌 카스트라토의 음색처럼 선곱고 아름다운 소리로 이뤄진 테너들의 절창이라 해 둘까. 오로지 동성 TEEN OB는 마음 속에 숨겨둔 보석같은 합창단이다. 이 가을 우리에게는 그들의 목소리, 바로 그 마음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올해로 창단 30주년. TEEN OB 남성 합창단은 10월11일 8시, 서울 나루아트센터(지하철 건대입구역)에서 ‘3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그간 10여회에 가까운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클라코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협연, 평화방송 개국 기념음악회, 대한민국 종교음악제, 동성고 개교 100주년 기념음악회,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 염수정 대주교 착좌 축하연, 황금찬 시인 시 낭송회, 대한민국 합창제, 장사익 소리판 <꽃구경> 등과 미처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연주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련되면서도 정교하고 부드러운 하모니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30주년 기념음악회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16세기 작곡가 Palestrina의 곡인 'O bone jesu'와 ‘Sicut cervus' 우리에겐 모방송사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로 유명한 Caccini 의 ’Ave maria' 같은 종교음악과 더불어 ‘그리운 금강산’‘님이 오시는지’‘청산에 살리라’ 같은 유명 한곡 가곡들,‘아침이슬’이나 ‘이문세 메들리' 등의 친숙한 한국 가요, 'Danny boy''Away from the Roll of the sea' 같은 감미로운 팝, ’Hallelujah to the saints''Battle hymm of the republic' 같은 행진곡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준비함으로써 어느 한쪽 취향에 편향됨 없이 관객 모두에게 만족함을 선사하게 된다. 합창단원들은 빛나는 하루의 공연을 위해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에 걸친 연습을 묵묵히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4기 하이테너 단원인 김재윤 씨는 “제게 TEEN은 가족입니다. 혹여 그 어떤 이유로 오랫동안 떠나있게 되더라도 언젠가 다시 찾았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반겨줄 거라는 믿음이죠!” 라 말한다. 모든 단원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소리를 모으니 낙오나 나태가 있을 수 없고 남는 것은 오로지 즐거운 마음 뿐이다. 프로냐 아마츄어냐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형, 아우라 부르며 ‘동성 TEEN OB 합창단’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임이 그저 행복할 뿐. MBC합창단 출신으로서 현재 대한민국 대표 아카펠라 그룹인 ‘The Solists'의 리더이자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10기 김재우 씨는 “TEEN은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곳입니다. 그 시작이고 기초이고 바탕이죠”라는 말로 합창단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더불어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면 짜릿한 희열을 느낍니다. 어제보다 오늘의 연습에서 더 완벽해져가는 화성과 감성을 접하게 될 때 그렇습니다” 라며 이번 30주년 기념연주회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단원 모두의 삶의 시작이요 밑거름인 합창단. 늘 자신에게 따뜻한 고향임을 믿는 합창단. 동성 TEEN OB 합창단이 걸어온 30년과 그 결실인 연주회는 깊어가는 가을에 바치는 오마쥬와 같다. 앞으로 다가올 40주년, 50주년 연주회를 위해 또다시 웃음소리 넘치는 연습에 참여할 그들, 그들에게 뜨겁고도 조용한 갈채를 실어 보낸다. ■공연문의 : 010-9273-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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