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폭음주와 알코올사용장애 유병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알코올사용장애 치료율은 6.6%에 불과하다. 또 중독전문가단체인 중독포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추정되는 국내 알코올중독자는 155만 명 선이지만 실제로는 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보건당국은 2010년 10월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을 위해 전국 6개 병원을 알코올전문병원으로 지정했다. 이중 청주 ‘예사랑병원’은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중 해당분야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국내 6곳의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중 유독 ‘예사랑 병원(원장 이상구)’이 주목받는 이유는 체계적인 맞춤치료프로그램과 이상구 원장의 오래된 경험 및 노하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전문병원’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의료시스템과 환경이 되어야 한다. 대학병원 레지던트를 마친 후 5년여를 정신과전문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알코올중독 환자만을 위한 치료를 하고 싶었던 이상구 원장은 ‘이상구정신과의원(알코올클리닉)’을 개원했고 다년간 의원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에 전념하고자 예사랑병원의 부지를 매입·건축했다. 청주 예사랑병원은 알코올 전문병원답게 알코올중독환자만이 입원할 수 있다. 타 정신질환환자는 입원이 불가하다. 심리검사와 혈액검사 그리고 신체검사와 상담을 통해 입원할 수 있다. 입원 후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4~5개의 전문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지행동프로그램, 감정조절프로그램, 열망유지프로그램, 회복지원프로그램, 재발방지프로그램 등 환자에 따라 3~6개월 정도의 입원기간을 거쳐 환자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친다. 예사랑병원의 효과적인 체계를 인정하며, 2011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여했고 올해에는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정신의료기관 최초로 인증을 획득하는 영광도 안았다. 이 원장은 이 외에도 노인보호 전문기관 사외판정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노인복지 및 사회봉사를 겸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코올중독은 치료가 아닌 회복 이상구 원장은 “알코올중독 재발율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본인이 단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고 알코올 중독은 치료하는 것이 아닌 회복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코올중독이라 하면 말기에 다다른 모습만을 떠올립니다. 실은 중독의 판단은 ‘절제’와 ‘조절능력’에 있습니다. 음주량을 조절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알코올중독입니다.”라며 중독에 대한 오해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이 원장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술을 마십니다. 전체 인구의 5%인 250만 명 정도를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수준의 환자로 보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알코올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부정합니다. ‘난 정상이다.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라며 “예사랑병원의 목적은 환자들이 알코올중독에서 회복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놀라운 점은 예사랑병원에 입원했다가 회복한 환자 중, 10여명이 예사랑병원 직원으로 근무한다는 점이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회복과정과 노하우를 환자에게 전해주어 피부에 와 닿는 큰 신뢰를 주고 있다. 이는 환자 당사자와 병원 간 신뢰를 구축해 환자의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환자에서 직원으로
예사랑병원은 ‘여성 전용 병동’도 운영하고 있다. 예사랑을 포함해 전국에서 몇군데 되지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알코올중독 진료청구 현황’에 따르면 2010년 26만6천202건, 2011년 27만8천794건, 2012년 32만8천90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통계의 놀라운 점이 ‘여성알콜중독자’의 증가 추세로서 2012년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23.9% 급증한 사실이다. 그만큼 청주 예사랑병원의 역할과 기능은 갈수록 막중해지고 있다. 이상구 원장은 “수익만을 따진다면 양적팽창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병원의 내실과 질적 향상이 우선입니다. 주변에서 지점 개원 등 제의가 많이 옵니다. 하지만 예사랑병원 만의 교육과정과 서비스가 자칫 퇴색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거절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병원을 제대로 키우고 싶습니다.”라며 “병원을 오래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입니다. 환자도 직원도 만족하는 병원이고 싶습니다. 또한 병원이란 곳이 원래 이직률이 높은 곳인데 예사랑에서는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도 많아 늘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라고 이 원장은 말했다. 보람은 언제 느끼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어떤 환자는 입원 초기에 회복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프로그램을 거치며 회복단계가 되자 성실하고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퇴원 후에도 주기적으로 찾아와 감사를 표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을 설득해 입원을 권유하기도 했어요. 또다른 환자는 퇴원 후 본인의 아들을 데려와 치료목적으로 입원시킨 경우도 있답니다.”(웃음) “알코올중독의 특징은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치료과정을 마치고 회복한 환자들이 퇴원하면 가족들이 감사하다며 방문하곤 하는데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이 행복해해 뿌듯합니다.”라며 선한 웃음을 짓는다. 이상구 원장은 “어떤 병이나 그러하지만 알코올중독 역시 초기에 바로 잡아야합니다. 술로 인한 문제가 보였다면 가까운 정신의료기관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대로 두고 방치하면 자각하기도 전에 술이 정신을 갉아 먹게 됩니다.”라며 인사를 대신했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고 말이다. 술이 반드시 백해무익(百害無益)하지는 않다. 하지만 술의 장점을 논하고 싶다면, 또 낭만을 찾고 싶다면, 절제와 자기조절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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