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을 발표한 만해 한용운은 독립 운동가이자, 승려이며,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구국활동을 벌였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투혼을 불사르며 조국을 찾은 선인들의 노력은 처절했다. 이렇게 소중하게 찾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물질만능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환경으로 스스로를 가두었고 사회·정치·종교계를 포함한 지도층의 권위와 도덕성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10월의 반짝이는 햇볕이 유달리 따뜻한 날 기자는 전라북도 남원에 자리한 선원사(禪院寺) 주지 운천(雲川)스님을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만남을 청했다.
선원사 주지 운천 스님은 1998년 출가 후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사’에서 불도의 길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선원사로 거처를 옮겼다. 남원에 있는 선원사는 원래 큰 사찰이었으나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었다가 조선 영조 30년(1754년) 김세평 부사가 복구한 사찰이다. 보물 제 422호인 철조여래좌상과 동종, 약사전 등의 유형문화재와 요천강가의 야외법회 때 쓰이던 12m 높이의 괘불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운천 스님은 2010년 뜻있는 일을 하고자 자원봉사자와 함께 자장면 1,000그릇을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복지관, 군부대, 다문화 가정 등을 가리지 않고 짜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명 ‘자장면 스님’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네팔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 건립 기공식 행사를 했고, 준공식은 12월 중순경에 있을 예정이다. 또 물이 귀한 캄보디아에 우물을 30개나 파주는 등 국제적인 봉사도 함께 하고 있다. 얼마 전, 송월주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큰스님과 지구촌 공생회 활동을 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다는 운천 스님은 봉사활동 중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을 지나가고 있을 때, 개 한 마리가 자유롭게(국경에 관계없이) 다니는 것을 보며 저 개보다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의 처지가 생각났습니다.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안타까웠어요.”라고 말했다.
자장면 봉사 활동은 선원사의 보람
운천스님의 일과는 여느 사찰의 주지 스님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밭 몇 군데를 빌려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한다는 것,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장면 봉사 활동을 전국적으로 다녀 바쁘다는 점, 또 돼지감자라는 차를 우려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 판매해 선원자 자체적인 자생력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이다. 운천 스님은 “이 수익금으로 자장면 봉사활동도 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고 있다”고 했다. 운천 스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남원시라는 작은 도시에서 주지 스님으로 일하면서 이렇게 불자들과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다. 이러한 활동으로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쩔쩔매는 운천 스님의 행보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종교지도자나 정치인, 사회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분쟁과 자기 욕심만 챙김으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듯합니다. 물질은 풍요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지 않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건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죠. 과거에는 가진 게 없어도 나누려 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만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잃어 버렸어요”라고 말하는 운천 스님의 표정은 그래도 밝아 보인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해 운천 스님은 “모든 문제는 자신 안에 있습니다. 정치인, 종교인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에서 무엇이든 남의 것은 나쁘고 배척하려는 마음 자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또 종교 내부적으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종교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 다른 곳에 눈이 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모두 권력을 쫓고 돈, 명예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는 운천 스님은 내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지 말고 남을 위해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천 스님은 4년여 봉사 활동을 해 왔던 것처럼 지난달 26일에도 소원축제에 자원봉사 스님들과 함께 2,000명분의 자장면 봉사를 했다. 남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문화가족화합한마당’ 지원 요청 등 스님은 봉사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호박, 감자, 고구마, 감자, 양파, 무, 배추를 손수 길러 수익을 창출하고 사찰음식의 담백한 맛을 낸 자장면으로 전국의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여기에서 임기가 끝나면 고향인 수원으로 거처를 옮겨 자장면 봉사활동을 더 크게 활성화시켜 더 많은 이웃들에게 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운천 스님의 얼굴에는 작은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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