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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예술

KT&G 상상마당 | 2018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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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브룻(ArtBrut) 기획전시가 열린다. 아트브룻에서 아웃사이더아트까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 <the ORIGIN: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이 3월 3일부터 5월 8일까지 KT&G 상상마당에서 개최된다. 벗이미술관에서 기획한 <the ORIGIN: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은 벗이미술관과 기슬랭박물관의 소장품 중심으로 정신의학과 아트브룻 발전의 중요한 지점, 변화 그리고 흐름에 따라 구성될 예정이다.
기슬랭박물관의 150여 년간 수집된 유물과 한국 정신의학사를 담은 기록물을 통하여 유럽과 한국의 정신의학 역사를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the ORIGIN: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은 아트브룻과 아웃사이더아트를 소개하고 예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 정신의학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정신질환은 ‘광기’로써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음을 동서양의 다양한 미신, 주술과 무속의 존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신의학이 발전하면서 이론의 형성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되었지만 초창기의 치료는 환자의 외모의 특성을 기록하거나 순간적인 충격을 주는 비과학적 치료법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정신의학의 역사는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의 치료가 시작되면서 크게 변화하게 된다. 그 변화의 시작에 도덕적, 윤리적 치료의 지지자였던 닥터 조셉 기슬랭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슬랭박물관은 문화적 유산뿐만 아니라 의학적 유산에 있어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정신의학의 역사전시는 기슬랭박물관의 주요 소장품 200여점을 소개하고, 정신의학의 기원을 통하여 미래에 나아갈 방향의 단초를 제시하고 관객의 해석을 기다린다.
아트브룻, 그 시작은 정신의학이었다. 1922년 독일의 정신의학 자 한스 프리즈혼은 예술가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연구를 완성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정신질환자를 예술가로 부른다. 이 연구는 당시 유럽전역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제작한 그림, 조각 혹은 그 밖의 조형물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프리즈혼은 당시 증상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창작물을 예술로서 이해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후 1940년경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아트브룻이라는 개념을 제도권의 문화적인 예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예술이라 명칭 한다. 뒤뷔페는 ‘무릎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예술’이라는 장르가 없는 것처럼 정신질환자들의 예술이라는 것이 없다고 전제하고 아트브룻의 개념을 완성하였다. 감옥이나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느낌으로 완성한 작품의 예술적 언어, 예술적 표현에 초점을 두었다. 뒤뷔페는 “아트브룻 작가들의 작품에는 창조성이 놀라울 정도로 순수한 형태로 빛나고 있다”고 아트브룻을 설명하며 환자들을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1972년 영국 겐트대학교의 로저 카디널은 ‘아웃사이더아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 개념은 원래 아트브룻의 동의어로 의도된 것이지만 ‘아웃사이더아트’라는 단어가 프랑스어 개념보다 훨씬 쉽게 이해가 된다는 장점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아웃사이더가 진정한 의미의 인사이더가 되고 있다. 핸리 다거, 알로이즈 코르바즈, 아우구스트 발라 등은 세계 미술의 일부가 되고 역사를 가진 예술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아트브룻과 아웃사이더아트는 개개인의 창조성에서 나오고 어떤 문화에도 제한되어 있지 않다. 이들의 작품은 시공간을 극복하고 성별, 인종, 종교, 문화의 차이를 초월하는 작품의 깊이와 넓은 폭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국내에서 실물로 접할 수 없었던 아트브룻의 유명 작가들과 아웃사이더아트의 대표작가인 핸리 다거, 오거스트 왈라 등의 작품들은 예술가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메시지를 통한 힐링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와 ‘다른’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 학습된 주류 예술과 ‘다른’ 아트브룻은 모두 인간과 예술이라는 근원에서 비롯한다. <the ORIGIN: 정신의학 역사와 아트브룻> 전시는 정신의학과 아트브룻의 역사를 통해 근원을 탐구하고, 다른 생각, 다른 시선, 다른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구분하고 분리하는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것이 분명하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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