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겐 나름의 철학이 있다. 길가에서 풀빵을 굽는 사람에게도, 고기를 낚는 어부도, 그것을 먹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가을을 더 가을답게 만드는 떨어지는 낙엽에도 철학은 있을지 모른다. 어려운 철학이 아니다. 이것은 신념일 수 있고 의미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옷을 만드는 윤종규 디자이너도 그만이 가진 옷에 관한 철학 혹은 의미가 있다. 최근 자신의 독창적인 의상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윤종규 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한 생각과 그가 가진 보일 듯 말 듯 한 숨은 그림은 무엇이었나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윤종규 디자이너의 자료를 찾다 보니, 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2013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종욱·윤종규 작품전]이라는 미술작품 전시회에 관한 글은 그를 이렇게 기술했다. ‘디자이너 윤종규는 복선에 대한 매료로 일본으로 건너가 의상 디자이너로 다시 태어났다. 복선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윤종규는 회화로 터치하고 패션으로 창조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존재 본연의 뜻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윤종규 디자이너는 의상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도 명성이 있다. 하지만 그림은 고스란히 의류를 제작하는 모티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의상을 전공하며 보낸 시간이 무려 20년을 넘은 중고신인 윤종규 디자이너는 K-POP 가수들과 함께 한류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3인방(윤종규·박종철·명철호)이 모여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일주일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세 명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류부터 악세서리까지 약 100가지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 10월에는 ‘2013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해 독창적인 작품 ‘윤종규’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13년 12월 컬렉션 참가가 확정된 상태로 패션계의 주목받을 한 사람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왜 빼어난 실력을 소유했음에도 늦깎이로 세상에 나왔을까. 윤종규 디자이너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급하게 기본을 닦지 않고 나와 금방 사라지는것보다 실력(기본)을 탄탄하게 다진 후 쉬지 않고 오래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재단사였고 디자이너의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옷이 헤져서 찢어지면 어린 그가 새롭게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줬고, 너나없이 자신의 것도 만들어 달라고 할 정도로 손재주가 남달랐다고 한다.
선과 색 자연의 흔적들로 만들어진 옷
독실한 신앙인인 그는 인간이 옷을 만드는 이유에 관해서 말했다. “학생들이 찾아오거나 면접을 볼 때, 질문을 합니다. 옷은 왜 입을까에 대해서. 그러면 십중팔구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틀리진 않죠. 하지만 저는 ‘인간의 죄 때문에’라고 말합니다. 성서에 나오듯이 태초에 인간은 옷을 입지 않고도 부끄럽지 않았었지만, 죄로 인해 벌거벗은 몸을 부끄러움게 느끼게 된거죠. 그 후부터 옷은 죄를 덮는 행위의 수단이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뜻밖의 말을 했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 그는 말을 이어가며 “사도바울의 손수건만 만져도 치유가 일어났던 것처럼 제가 만드는 옷들이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힐링을 주고 싶습니다.” 여성복 디자이너 윤종규는 일본생활 5년을 마치고 귀국해 활동하며 우리나라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복선에 매료된 그였기에 한국적 디자인, 선 등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에 되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아직 진정한 우리의 멋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한다.
윤종규 디자이너는 작가이기도 하다. 자연과의 일체성을 찾으며 나뭇잎, 꽃잎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디자이너에게 궁금한 기자의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 옷을 대체 잘 입는 방법이 무어냐고. 그가 말하길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합니다. 자기체형, 분위기, 공간, 얼굴색 등을 고려해야 하며, 한 예로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펑퍼짐한 옷만을 고집하여 입는다거나 하면 매력이 없죠. 라인을 살릴수 있는 옷을 입으면 한결 아름다운 자신감도 생기고 생활도 바뀌고 행복해 질 겁니다.” 패션도 막연한 트렌드에 따라가기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그 안에서 새로운 변화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확고한 자기철학, 윤종규만의 색깔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무대에서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