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라인소프트의 기술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조금 더 정확하고 정밀한 의료진단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코어라인소프트는 의료과 AI, 현재와 미래,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간격(間隔)’을 통찰하여 연구합니다.” (주)코어라인소프트(김진국, 최정필 공동대표)는 정밀한 폐 질환 검진을 목표로 의료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3D모델링, 세그먼트(영역 분할) 소프트웨어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 받은 인공지능 기반 캐드(CAD)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폐 기능 영상 분석기술을 완성시켰다. 현재 이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의료플랫폼으로 전국 14개 암 검진센터에 제공하는 ‘고위험 흡연자 대상 폐암검진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최정필 대표를 만나 코어라인소프트의 비전과 혁신의 원동력을 들어보았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좋은 기업이란 어떤 모습이이여야 할까를 항상 고민 중입니다. 기업은 두 가지의 길, 즉 사회적 명분 혹은 현실적 이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성장을 통해 나라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학도 출신인 저는 사실 돈을 많이 버는 재주가 없거든요(웃음). 그래서 우리가 가진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영상 분석 기술 완성, 폐 기능 자동 분석 시스템, 의료영상 시각화를 위한 3D 모델링 개발. 의료영상 분석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강소(强小)기업 코어라인소프트의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에게 최정필 대표가 건넨 첫마디는 놀랍게도 ‘기업의 본질’과 ‘사회기여에 대한 고민’이었다. 기술을 통해 폐암이나 COPD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고, 기업 활동을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로 귀결시킨다는 코어라인소프트의 비전은 분명 현재진행형이었다. 코어라인소프트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폐암 진단’ 분석 소프트웨어다. 폐암을 진단하기 위해선 3D 영상으로 촬영하여 폐에 조그맣게 나 있는 돌기의 크기를 섬세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문제는 결절의 크기를 재는 데 의사별로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코어라인소프트의 기술은 표준화된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동으로 결절의 크기를 계산하고, 암세포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오차가 적은 폐암검진을 가능하게 했고, 정확한 측량으로 1·2기 폐암을 잡아내는 확률을 높였습니다. 앞으로 COPD 환자에 대한 정량적 분석 도구를 기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COPD는 세계 사망률 3위, 국내 사망률 7위의 질병으로 그 심각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40대 이상 성인에서 진단율이 2.8%밖에 되지 않는 COPD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수록 발병률 또한 상승하는 연구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코어라인소프트는 의료플랫폼을 발전시켜 전국 병원에 공급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고 있으며, 폐 주위 근육 상태를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도 연구하고 있다.
‘사람’을 위한 기업 현재 코어라인소프트는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폐암검진 시범사업의 소프트웨어 구축 관리를 총 담당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에 AI(인공지능) 딥러닝까지 접목하여 더욱 정밀하게 결절의 크기를 계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산병원과 AI 업체인 뷰노코리아와도 협업 중이다. 기자가 방문한 코어라인소프트는 역동적인 기업이었다. 최정필 대표가 별도의 사무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유도 임직원의 주장과 아이디어를 빠르게 반영하고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저는 ‘일을 하는 사람이 욕을 먹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삼성종합기술원 재직 당시 부서장의 말씀이었는데, 열정적으로 일한 사람이야말로 비판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직원의 자기주장을 강조하는 것도 열정을 불러일으키라는 의미입니다. 생각하고 고민해야 주장이 나오고, 고민이 깊어야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민과 집중이 곧 열정이고, 이를 통해 사람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어라인소프트는 모든 임직원에게 아낌없는 자기계발을 지원하여 ‘혁신과 도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최 대표도 틈날 때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기자가 연습중인 곡을 묻자, 언젠가 직원들 앞에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삽입곡 ‘he's a pirate(그는 해적이다)’를 연주할 거라며 활짝 웃었다.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자!(Pirates! Not the Navy!)’ 혁신의 상징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직원들에게 제시한 슬로건이다. 해군은 거대한 덩치로 정규전을 치르지만, 해적은 교범에 얽매이지 않으며 몸집이 가벼워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고, 기존의 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혁신을 갖추고 있다. 최정필 대표가 기자에게 들려준 ‘he's a pirate’는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창의성과 혁신의 또 다른 표현일까. ‘he's a pirate’의 멜로디처럼 코어라인소프트가 만들어갈 의료영상 기술의 새로운 미래는 열정적이면서도 확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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