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어떤 여행을 좋아하세요? 최고의 유적지, 아름다운 자연경관, 입이 즐거운 먹거리 등 여행의 매력은 무궁무진하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의 순간은 그 도시의 뒷골목을 산책해볼 때랍니다. 거대한 도시인 이스탄불은 큰 도로 근처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뒷골목이 많아요. 앞으로 저랑 함께 뒷골목 산책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제가 처음 소개드릴 골목은 발랏(Balat)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요즘 한창 '뜨는' 동네에요. 과거 유대인들이 거주하던 부유한 동네였던 이곳은 1894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었고, 그 후로는 빈민촌이 형성되어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유네스코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시 태어나는 중이라고 해요. 그러면 첫 이스탄불 골목길을 산책해볼까요? 발랏은 골든혼 인근에 위치해있답니다. 버스 페네르(Fener)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있어서 찾아가기 어렵진 않으실 거예요. 33ES, 35D, 36CE, 41Y, 44B, 48E, 55T, 99 번 등 다양한 노선이 운행 중입니다. 구글에서는 발랏(Balat) 이라고 검색하시면 됩니다. 도착하자마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햇살이 예쁘게 떨어지는 오후 3시경에 도착을 했는데 길이 어찌나 예쁘던지 양쪽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와 빈티지 의류 가게, 액세서리 가게 등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잔뜩 있었습니다. 발랏으로 스냅사진을 찍으러 가는 분들도 많답니다. 알록달록 찬란한 빛깔과 거리의 느낌이 사진에 워낙 예쁘게 담기기 때문인데요. 스냅을 찍으면 어떤 느낌일지 저도 한 번 모델로 나섰습니다. 골목, 골목 느낌도 정말 예쁩니다. 걷다보니 정말 사진 포인트들이 많았어요. 저도 같이 간 친구를 한 장 찍어주었는데요, 말 그대로 인생 샷! 발랏 산책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매우 심한 오르막이라는 점입니다. 깎아지은 듯한 길을 오르다보면 미끄러질까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랍니다. 하지만 거리가 5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리고 힘든 거리여도 너무 예쁘기 때문에 감상하면서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금방 꼭대기에 도착하실 거예요. 발랏의 또다른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요즘 한창 뜨기 시작했지만, 발랏은 여전히 서민들이 살아가는 동네에요. 오색찬란한 집들 사이에 널려있는 빨래를 보면 사람 냄새가 묻어납니다. 수줍게 웃으며 "이름이 뭐에요?"를 물어보는 소녀들의 웃음에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저 힘든 오르막을 제가 무더위에도 올라간 이유가 있습니다. 발랏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빨간 학교'에 다가가기 위함이었죠. 페네르 그리스 정교회 대학이었다고 하는 건물인데요. 현재의 이름은 ‘Mesnevih main mosque’입니다. 제가 갔을 땐 아쉽게도 개방되어있지는 않은 곳이었습니다. 저 돔의 탑을 개방하면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도 안 먹고 돌아다니고 있었음을 반성하며 들어간 식당은 ‘Forno’입니다. 피자 전문점이었는데 저는 버섯 피자 ‘Mantarı pizza’를 주문했습니다. 바로 반죽을 펴서 화덕에 구워냅니다. 피자가 나오자마자 확 퍼지는 피자 향에 감동하고, 입에서 녹아내리는 치즈와 토마토의 조화에 감동하고, 직원들의 친절함에 감동한 식당입니다. 후식으로 선택한 오븐에 구워서 가져오는 살구 수플레도 무난했어요. 피자는 25리라 내외, 후식은 10리라 내외입니다. 발랏 산책의 마지막 코스로 선택하셔도 후회 없으실 거예요. 골목을 돌아 나오다가 만난 세상 게으른 자세로 자고 있는 길고양이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힘들었네요. 이상 첫 번째 골목 산책이었습니다. 다음 골목에서 또 만나요! 글·사진 : 이지해 /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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