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하지희 지음 / 웨일북 / 15,000원
이 책은 유럽 곳곳의 여정을 담았지만 낭만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 위에서의 전투를 보여준다. 매번 머무르는 곳에서 화장실을 찾아야 하고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거나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한다. 10리터짜리 샤워 팩으로 둘이 함께 샤워할 곳을 찾는 일상은 그 전보다 고단해 보일 정도다. 안락한 집에서도 삶을 위한 전쟁을 치른 그들이지만 매일 새로운 풍경에서 겪은 적 없는 전투를 준비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가끔의 여행과 매일의 이사’라는 전투를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편에서 저편으로 꾸준히, 조금씩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멈춰 있던 집에서 움직이는 집으로의 단순한 이동에서 멈추지 않고,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이자, 생각의 확장이라는 의지를 내보인다.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 이은혜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14,000원
예민한 촉수로 상대의 마음만 배려하다 스스로 방전되어 버린, 이 시대 최고의 ‘배려리스트’들을 위한 심리에세이다. 풍부한 심리학 지식을 무기로 다양한 의뢰인들과 심리 상담을 진행해 온 저자는 2만 건이 넘는 심리 상담과 세미나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의 심리를 치유한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능력, 즉 ‘헤아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겪는 상처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혼자여도 당당한, 타인과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개인이 될 수 있는 비결을 담았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모습을 잃지 않는 내가 되는 그날까지 모든 상처받은 영혼과 가슴에 뜨끈한 위로를 선사한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16,000원
의학박사 주디스 올로프의 정의에 따르면, ‘초민감자’란 감정이입이 지나쳐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느껴 고통 받는 사람을 말한다. 단순히 공감 능력이 뛰어난 HSP와 달리 초민감자는 아무런 방어막 없이 타인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까지도 자신의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이들은 남들과 같은 필터가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올로프 박사는 이들이 자신의 민감한 성향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면, 초민감자는 직관과 통찰력을 갖춘 ‘치유자(healer)’로 거듭날 수 있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초민감자인 올로프 박사는 남다른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고, 정신과 전문의가 된 후에는 HSP와 초민감자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힘써 왔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는 올로프 박사가 냉혹하고 자극적인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자신의 경험담과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정리한 24가지 인생 전략을 담은 책이다.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김진영 지음 / 메멘토 / 16,500원
故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대표의 1주기를 맞아, 깊이 있는 독해와 풍부한 감성으로 문학 강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그의 세계문학 강의록이 출간되었다. 선생은 2007년부터 2017년 투병 전까지 10여 년 간 이어진 소설 강의에서 100여 종이 넘는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대표작을 다루었다. 이 책은 그가 가장 정력적으로 문학을 강의하던 2010년,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전복적 소설 읽기: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이다. 선생은 이 책에서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 등 여덟 가지 키워드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카뮈의 『이방인』,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 볼랴뇨의 『칠레의 밤』 여덟 편의 작품을 다룬다.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14,000원
저자 백승주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언어교육학자이자 사회언어학자이다. 그런 그에게 낯선 땅 중국 상하이에서 1년 동안 머물 기회가 주어졌다. 저자는 이 기회를 여행자가 아닌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가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은 이것.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중국어를 배우지 않는다.’ 저자는 완벽한 ‘문맹’이 되어 타국으로 들어간다. 언어를 매개로 타인과 세상에 연결되던 한 사람이 언어를 잃고 난 뒤, 자기 자신과 뿌리, 사람과 사회, 일상과 공간, 삶의 의미로 사유를 확장하는 이 책은, 모두 16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체류기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사유를 녹여낸 아주 진진한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다락방 미술관
문하연 지음 / 평단 / 16,800원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작품들을 누구나 쉽게, 저만의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미술 에세이이다. 큐비즘, 야수파, 인상주의, 리얼리즘 같은 어려운 용어 대신, 화가들의 삶과 작품 속 숨은 이야기들로 작품 해설을 시도한다. 화가들의 희로애락 가득한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쉽게 그 삶과 작품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사랑에 솔직하고 운명에 처절히 맞서며, 무게 없는 인생을 저울질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통해 그림을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고,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책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을 직관한 효과가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야심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