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은 올해를 빛낸 드라마로 손꼽힌다. 이 드라마는 약 3개월간 시청자들을 만나며 뜨거운 여름과 시원한 가을을 더욱 아름다운 계절로 만들어주었다. 특히 조선 최초의 여사(女史) ‘구해령’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 신세경이 큰 주목을 받았다. 주체적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구해령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한 신세경의 열연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는 한층 배가됐다는 평이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조금의 왜곡도 없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한 신세경이 있어 시청자들은 매회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신세경의 활약상을 본지에서 집중 조명한다.
신세경의 사극 나들이는 3년 만이다.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 ‘분이’ 역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 구해령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시대에 여성 사관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 드라마로 현대사회에 여전히 산재해 있는 차별, 직장 내 갈등 등을 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매우 신선하게 표현했다. 그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조선시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능동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여성상을 무리 없이 그려내며 조선시대가 가진 상상력의 틀을 확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신세경은 “구해령이라는 인물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내지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게 현대물이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는데 극 중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여성 인물이기 때문에 어느 수위까지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며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이러한 문제에서 금세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극의 서사가 구해령을 빈틈없이 그려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 역시 제가 가진 마음속 불씨를 구해령이라는 캐릭터로 발현시키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저와 구해령은 성격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물론 저는 사회화가 된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속의 불씨를 누르고 살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구해령이라는 인물은 지금이랑은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이 각박했던 조선시대에도 할 말은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점이 멋있게 다가왔다. 이건 단순히 성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는 더 그랬을 테고, 의식도 못한 채 저지르는 차별이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에 대한 유쾌한 일침을 구해령이 선사한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신세경은 ‘사극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현대극도 현대극이지만 유난히 그녀는 사극에 출연할 때 더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세경은 “사극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극이기 때문에 작품에 출연한 점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어떤 드라마를 하겠다고 결정하기까지 캐릭터, 이야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출연 여부를 정한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비롯해서 이전에 해왔던 사극 역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그래도 왠지 사극은 언젠가 또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신세경은 한국 나이 9살 때 당대 최고의 스타 서태지의 눈에 들어 연예계에 공식 데뷔했다. 그녀는 서태지의 노래 ‘Take 5’ 뮤직비디오에 출연함으로써 대중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이후 ‘지붕 뚫고 하이킥’, ‘뿌리 깊은 나무’, ‘패션왕’, ‘남자가 사랑할 때’, ‘아이언맨’, ‘냄새를 보는 소녀’, ‘육룡이 나르샤’, ‘하백의 신부’, ‘흑기사’ 그리고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특별한 공백기 없이 매년 대중들을 만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성실하게 쌓아 올렸다. 그러는 사이 그녀도 서른 살이 되었다. 서른 살이 된 그녀는 ‘브이로그’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을 비롯해 자신의 본업인 연기에도 좀 더 재미를 붙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른 살 이후의 제 삶은 지금보다 더 좋을 것 같다”고 기대 섞인 대답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 배우 신세경의 내년과 30대를 본지 역시 열렬히 응원한다. [사진 제공: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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