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미술관 건축물인 구(舊)벨기에영사관이 지닌 시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록과 기억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의식에 담긴 이면을 현대미술의 다양한 해석으로 접근하는 전시가 화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유서 깊은 건축인 남서울미술관에서 <모던 로즈> 전시를 개최한다. 남서울미술관 건축물은 대한제국기에 세워진 옛 벨기에영사관으로, 건립 이후 백여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흔하지 않은 근대 서양건축물이다. 파란만장했던 한국의 근현대를 겪으면서 세워지고, 해체되고, 다시 복원되며, 지금은 미술관이 된 이 건축물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로 인해 우리는 미술관 공간에 들어서면, 정지된 과거에 들어온 듯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심미적 가치는 지금을 만들고 있는 다층적인 현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모던 로즈> 전시는 건축물이 매개하고 있는 심리적 감성의 이면을 들추어 보면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현재가 담고 있는 다층적인 면모를 사유하고자 한다. <모던 로즈>는 20세기 초 벨기에영사관에 있었던 장미에 대한 기사에서 연유한 제목이다. 일제강점기에 벨기에영사관이 매각되면서, 서양에서 온 이 장미들은 당시의 조선호텔 로즈 가든으로 옮겨져, 근대적 감성을 향유하는 상징이 되었었다. 오늘날 장미는 동양의 월계화가 유럽으로 전해져, 올드 장미와 만나서 만들어진 모던 로즈에서 시작되었다. 모던 로즈는 이후 다시 동양에 유입되면서 현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꽃이 되었다. 본 전시는 잘 아는 꽃이지만 잘 몰랐던 장미 이야기처럼,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근현대의 복합적인 시간과 만나는 지금의 이야기를 다시 소환한다. <모던 로즈>는 7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하거나 연출한 작품들로 이뤄진 각각의 독립된 개별 전시다. 동시에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대한 기록과 기억에서 발굴한 이야기들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소설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은 20세기 초반 벨기에영사관부터 재개발로 남현동으로 이전된 시대를 지나, 현대미술 전시공간이 된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시대를 넘나들며, 기록과 기억들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미술관 다락을 처음으로 개방한다. 다락 공간은 미술관이 지나온 시간과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서, 지난 온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 로즈> 전시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현대미술 전시공간인 남서울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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