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회가 오는 1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번째 단독전으로,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전시작품 모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 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들과 로트렉의 사진 및 영상, 이 시대의 생활용품 등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19세기 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즈로 안내해 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제인 아브릴>, <아리스티드 브뤼앙> 등 포스터 작품들과 <배에서 만난 여인> 등 석판화 작품들, 연필과 펜으로 그린 스케치 작품들, <르 리르>, <라 레뷰 블랑슈> 등 잡지에 게재된 그래픽과 풍자 일러스트 등은 화가 툴루즈 로트렉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19세기 말 파리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의 상징들이기도 하다. 툴루즈 로트렉은 프랑스 남부 알비(Albi)에서 백작의 작위를 가진 아버지와 사촌 간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기문의 계속되는 근친혼의 영향으로 그는 귀족의 혈통과 재산, 예술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장애도 물려받았다. 14살과 15살 때 넘어져서 좌우 허벅지 뼈가 차례로 부러진 뒤로는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결국 그는 137cm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과도하게 짧은 모습으로 평생 지팡이에 의지한 채 살아야 했다. 이런 장애로 승마와 사냥을 즐기는 귀족의 생활을 누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그는 그림 그리는 데만 집중하게 되었다. 일부 동물 그림을 제외하면 평생에 걸쳐 그가 집중한 대상은 인물이 었다. 그리고 그림의 모델은 모두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림 속에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 있어, 그의 모든 작품이 그와 삶을 같이 한 사람들의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카바레의 댄서와 가수, 매춘부와 서커스 단원의 모습 뒤에 가려진 인간적 비애를 그만의 미적 감각으로 표현하였다. 배우들과 댄서들의 생활에 지친 모습에 연민을 느꼈으며, 술집 손님들의 허식과 무지를 꿰뚫어 보았고 그들의 성격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그의 작품은 흥겹고 명쾌하며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이었다. 또한 로트렉은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벽을 허물어버린 최초의 작가였다. 툴루즈-로트렉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다른 예술가와 비평가들의 인정도 받았다. 1883년에 첫 번째 그룹전에 참여한 이래 파리와 브뤼셀, 런던의 주요 전시들에 여러 차례 작품을 선보였고, 테오 반 고흐 등의 화상을 통해 그림 거래도 활발하게 했다. 그러나 불규칙한 생활, 과음, 매춘부들과의 무분별한 교제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었고, 1890년대 말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착란 증상과 기행이 심해져 1899년에는 몇 달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작업을 계속하기는 했으나, 1901년에는 몸의 마비 증상까지 와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실려 가서 37세가 채 못 되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생애는 비록 짧았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로트렉의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로트렉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개하는 영상과 미디어아트, 당시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았던 그의 일러스트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회는 2007년부터 그리스와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순회 전시 중이며, 이번 서울 전시회는 14번째 전시이다. 툴루즈 로트렉은 그가 주로 활동했던 프랑스 파리나 19세기 말의 시대를 넘어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5,0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로트렉은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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