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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는 김창열의 개인전 <The Path(더 패스)>를 10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김창열의 작품을 ‘The Path’라는 주제로 한자리에 모아, 한국 추상미술과 동행한 갤러리현대의 반세기 역사를 기념하고,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김창열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과 동양의 철학과 정신이 담긴 천자문을 캔버스에 섬세하게 쓰고 그리며, 회화의 본질을 독창적으로 사유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다. 갤러리현대는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활약 중인 김창열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전시를 계기로 파리에서 호평을 받은 그의 ‘물방울 회화’ 작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미술계 안팎으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며 작가의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 이후 갤러리현대는 그의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했으며, 1993년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회고전과 2004년 파리 쥬드폼므미술관 초대전, 2016년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설립 등의 대내외적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했다. <The Path>전은 갤러리현대와 김창열이 함께 하는 열네 번째 개인전이자, 2013년 김창열의 화업 5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물방울과 함께 거대한 맥을 형성하는 ‘문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자는 캔버스 표면에 맺힌 듯 맑고 투명하게 그려진 물방울과 더불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에게 문자는 이미지와 문자, 과정과 형식, 내용과 콘셉트,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미적 토대이지만,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물방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The Path>전은 김창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자에 담긴 심오하고 원대한 진리의 세계관이 생명과 순수, 정화를 상징하는 물방울과 결합하여, 우리에게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 타이틀 ‘The Path’는 동양 철학의 핵심인 ‘도리(道理)’를 함축하고 있으며, 평생 물방울을 그리고 문자를 쓰는 수행과 같은 창작을 이어간 김창열이 도달한 ‘진리 추구’의 삶과 태도를 은유한다. <The Path>전에는 문자와 물방울이 만난 김창열의 대표작 30여 점이 전시된다. 물방울이 문자와 처음 만난 1975년 작품 <휘가로지>(1975)를 포함해, 한자의 획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형상이 캔버스에 스민 듯 나타나는 1980년대 중반의 <회귀(Recurrence)> 연작, 천자문의 일부가 물방울과 따로 또 같이 화면에 공존하며 긴장 관계를 구축하는 1980년대 말부터 2010년대까지의 <회귀> 연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출품작의 양상은 갤러리현대의 층별 전시장에 따라 ‘문자와 물방울의 만남’, ‘수양과 회귀’, ‘성찰과 확장’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심화된다. 1층 ‘문자와 물방울의 만남’에서 물방울이 문자 위로 자리를 옮기고, 한자의 기본 획을 도입하며 이미지와 문자의 해체를 시도한 작품을 선보인다. 지하 1층 ‘수양과 회귀’에서는 문자가 본격적으로 작품에 등장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 양상을 살핀다. 2층 ‘성찰과 확장’에서는 동양 문화권의 전통적 미술 재료인 한지와 먹을 활용해 내면을 성찰하고 작품 세계를 확장한 작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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