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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업과 작가 이면의 삶을 보여주는 기획전 <Be 정상>을 3월 16일부터 6월 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Be 정상>은 ‘정상에 오르고 싶은 예술가’이면서 ‘아직 정상에 오르지 않은 예술가’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예술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비정상(非正常)적인 구조 그리고 정상(正常)의 기준과 의미에 대해 고민하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현실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생 작가 김양우, 권혜경, 서유진, 이태강, 정덕현의 작품과 삶의 기록으로 꾸민 총 47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들은 약 10년간 작업을 이어오며 겪었던 현실과 작가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작가로서 살아오며 정상을 향한 과정을 볼 수 있다. 시적인 언어와 이야기를 조각으로 구현하는 이태강은 한 남자의 여정을 담은 신작 〈비범한 옷〉(2021) 시리즈에서 타고난 특별함과 안정된 평범함 사이를 헤매던 끝에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아낸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남자가 걸쳤던 옷과 그가 만들어 낸 구름 덩어리들이 어우러진다. 빛과 다채로운 조각과 음악이 공존하는 동화 같은 공간에서 관람자는 자기 안에 숨어있던 반짝임을 발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이태강의 아카이브에는 작가 자신의 세계를 다져가기 위해 일하고 창작했던 순간들이 압축된다. 우리 삶과 밀접한 사물들을 왜곡 없이 그려내는 작가 정덕현은 초기 작업에서부터 신작까지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한 짧은 회고록을 보여준다. <표류일지〉(2021)는 작품명 그대로 작가가 현실을 표류하며 느낀 감정이 투영된 작품이다. 볼트와 벽돌, 컴퓨터와 담배 등 그림 속 사물들은 작가가 살아가고 노동하고 작업하면서 했던 고민을 보여준다. 작품 옆에는 연필, 지우개, 스펀지, 볼트, 장갑 등의 오브제가 병치되어 작가의 작품과 함께였던 생계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김양우는 작가 자신의 삶을 생계를 위한 시간인 낮과 작업을 위한 시간인 밤으로 표현한다. <화물 운송 회사 사무직>(2021)과 <온라인 쇼핑몰 마케팅 사무직>(2021)은 작가의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영상 속 전화 통화 목소리, 마우스와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는 작가가 작품을 고민할 여력 없이 끊임없이 자본과 제품의 순환 프로세스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20190227-20210128>(2019-2021)는 밤의 결과물로 작가가 생계를 이어가는 중 틈틈이 완성한 1일 1작 모음이다. 작가는 이렇게 낮과 밤을 통해 생계와 작업을 조율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권혜경은 전시장이라는 공간의 속성을 활용해 자신의 작품을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둔다. 전시공간에는 여러 크기와 형식으로 제작된 구작과 신작이 공존한다. 작가는 예술을 향한 무모한 열정과 실험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를 비추며 “예술을 상품 가치로만 판단하고 거래하며 유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삶까지도 미술관에 전시된다. 권혜경의 아카이브는 이동의 기록이다. 고정된 흰 벽면에는 작가가 과거에 지나왔던 레지던시 주소의 흔적이 담겼다. 반대편 작품 운송용 상자에는 앞으로 이동할, 새로운 레지던시 주소 하나가 뚜렷하게 새겨졌다. 서유진은 관계를 관찰하고 소재를 실험하는 작가다. <모서리 시리즈>(2021)의 우레탄 폼들은 모서리에 기대어 모양을 변형해나간다. 모서리의 다양한 측면을 담은 드로잉과 영상 또한 변화하는 관계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미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미술교육이 작품의 창의성을 휘발시킬까 걱정하는 한편 생계의 순간에서도 여전히 작업방식을 연구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품과 함께 생계 아카이브라는 이들 각자가 터를 꾸려나간 기록을 만나고,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하고 지역 예술을 드높이는 상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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