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다>는 전시와 교육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시에는 ‘인간’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8인의 작가 강주형, 박은영, 안준영, 신용재, 윤석원, 이주영, 이지연, 정우재의 대표 작품이 소개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3년까지 수원을 배경으로 민중 미술운동에 헌신한 이주영은 사회 보호막에서 벗어나 배제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초상을 그린 <불취무귀_지동교 아리랑>(2021)을 선보인다. 이지연의 <심심한 상상_심심한 산책>(2021)은 벽과 바닥을 라인 테이프를 이용하여 제작한 ‘월 드로잉’이다. 작가는 이 위에 관람객들의 다양한 포즈가 담긴 사람 스티커를 붙여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인식하거나 기억에 남은 공간의 잔상을 캔버스 혹은 실제 공간에 재구성한다.
사람의 일상과 사물을 재조합하여 움직이는 시간 회화를 제작하는 강주형은 단채널 비디오 작품 <놀이터_시간-회화>(2018)를 선보인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지나가는 트럭 등의 일상을 회화와 같은 질감으로 표현한 이 영상 작품은 관람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시간 감각을 느끼게 한다. 안준영은 인간의 내면과 동식물의 몸체를 해체하고 촘촘하게 그어낸 선으로 묘사하고 다시 재조합하여 혼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종이에 잉크로 작업한 <나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나를 기억한다>(2016)를 통해 인간이 지닌 내적 불안과 결핍, 이로 인해 파생되는 집착과 광기 어린 욕망을 보여준다.
정우재는 <Gleaming-Touch the blue>(2013)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하고 복잡한 감정을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부유하는 사춘기 소녀로 표현한다. 이를 위로하고 품어주는 존재를 상징하는 반려견을 작품에 등장시켜 위로와 평안함을 전달한다. 박은영은 <유희의 숲>(2018)에서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자연’의 한 단면에 대한 역사를 기록한다. 작가는 나무 그림자를 트레이싱 지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옮긴 후 오일 파스텔과 유화로 직접 제작한 먹지로 종이 위에 반복적으로 베껴내는 드로잉을 통해 자연의 이미지를 변주하며 인간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신용재는 인간의 삶 속에서 매일 마주하는 하늘을 소재로 주변 상황과 삶의 변화와 일상의 흐름에 대입해 캔버스 화면에 기록한 <인상적인 집합체>(2019)를 선보인다. 윤석원은 인간, 자연 등 살아가면서 마주한 것들의 생성과 소멸을 관찰하고 수집해 회화 기법으로 재구성한 <The Season>(2019)을 통해 삶과 죽음은 언제나 우리 안과 밖 깊숙하게 이항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오택관과 최영민, 2인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 아트블랑켓과 협업하여 참여공간을 조성하고, 관람객에게는 체험 활동 키트 <블랭킷-트>가 제공된다. <블랭킷-트>는 작가들의 작업 키워드와 재료가 담긴 체험 활동 키트로 작가의 작품세계와 표현방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8인의 작가 작업을 콘셉트로 제작한 키트 8종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어린이 감상 놀이 프로그램 <붕붕! 드로잉카>를 운영하여 현대회화에서 ‘그린다’, ‘본다’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이번 전시와 연계해 전시장 내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미술관에서 추억을>과 수원시립미술관 3개 전시관 연계 스탬프 투어 이벤트 <SUMA 키즈 모여라!>가 함께 진행된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작가들이 끊임없이 탐구해온 회화의 세계를 전시와 교육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전시이다. 본 전시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고 현대미술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