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혈액과 세포에는 각각 0.9%를 차지하는 소금이 있다. 소금은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신진대사를 주도한다. 혈액 속 염분은 피와 함께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며 세포 속 노폐물을 새 물질로 바꿔주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신경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조정한다. 이렇듯 소금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식품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매일 소금을 먹는다. 태평염전 박형기 소금장인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소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인물이다. 3대째 가업을 잇는 46년 경력을 토대로 고품질 토판 천일염을 생산하는 동시에 염전업 종사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태평염전 박형기 소금장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증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으로 느려서 행복한 섬이다. 이곳은 송나라와 원나라 때 유물이 발굴된 곳으로 신안의 보물섬으로도 불린다. 증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우리나라 최대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이다. 태평염전은 우리나라 단일염전으로는 최대규모인 140만 평인 면적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연간 생산량은 약 1만 6천 톤을 웃돈다. 세계적인 소금 생산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답사하여 식견을 넓힌 박형기 소금장인은 태평염전에서 양질의 소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제품화가 어렵고 생산량이 적어 ‘소금 중의 소금’으로 불리는 토판 꽃소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며 신안천일염 브랜드의 명품화를 견인하고 있으며, 가을장마에 접어든 요즘에는 침수피해나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다.
전통 토판염 방식으로 꽃소금 생산 성공 쾌거
박형기 소금장인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전통 토판염 방식으로 꽃소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토판 꽃소금은 일반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유량이 훨씬 높고, 염도는 낮아 수요가 많지만, 바다와 땅, 햇볕, 바람 등 모든 게 잘 맞물릴 때 채취할 수 있기에 제품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무이하게 박형기 소금장인이 이러한 전통 토판염 방식으로 꽃소금을 채취하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꽃소금은 대중들이 상표 꽃소금을 떠올리는 데, 전통 꽃소금이라고 하는 것은 토판염에서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즉,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물을 공급했을 때 떠오르는 첫 번째 소금을 꽃소금이라고 합니다. 꽃소금은 24.5도에 결성되고, 나트륨 함량이 70%를 넘지 못합니다. 또한, 미네랄 수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반면에 표면 소금은 일반 천일염과 똑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기에 꽃소금에 관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박형기 소금장인은 전통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갯벌을 다져 만든 흙판 염전에서 전통 방식으로 탄생한 토판 천일염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1%에 불과하다. 이중 증도에서 생산하는 토판 천일염이 전국 생산량의 50%에 달할 정도로 매우 귀하다. 박형기 소금장인은 이렇듯 천연미네랄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맛과 영양 면에서 모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토판 천일염을 생산하며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는 태평염전의 인지도 제고를 비롯해 신안천일염 브랜드 명품화, 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처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 절실
“제가 프랑스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은 가장 원천적인 먹거리인 소금을 생산하는 모두를 장인이라고 부른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염전업 종사자를 ‘염부’라고 칭합니다. 염전업 종사자에 대한 천대와 무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목숨과 직결된 기본적인 식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칭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께서는 구시대 유물 같은 호칭을 바꿔 불러주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프랑스는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소금장인의 후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젊은이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실정이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박형기 소금장인은 정부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 젊은이들도 귀농을 통해 염전업을 할 수 있는 저변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산 수입염이 신안천일염으로 둔갑해서 판매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 수입 물품 불법 용도 전환에 관한 처벌 규정 수위를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가격안정제를 도입하여 국내 염업의 발전 및 염전업 종사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한 바 있는 박형기 소금장인은 현재 신안군 증도발전협의회장을 맡으며 불우한 이웃과 소외계층의 권익을 도모하고 그들의 대변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세계 최고의 소금을 생산하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동시에 어려운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지속해서 건네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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