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 동포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선족’이라 일컫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 어렵고 힘든 직종에 종사하며 맡은 임무를 묵묵히 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는 어림잡아 70여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회장은 이들을 위해 헌신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본다.
2014년은 한중 수교 22년을 맞는 해이다. 양적 물적 교류증가로 인해 한국과 중국은 이제 동반자적 성격이 강한 관계가 되었다. 또 그동안 조선족이라 불리는 우리 동포들의 국내 체류도 늘어나 현재까지 약 70여만 명의 조선족 동포들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잠정 추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재한동포연합회 김숙자 회장은 조선족 동포들이 안심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이들을 위래 헌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녀 자신도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 동포다.
연변대학과 베이징금융대학에서 학업을 마쳤고 현지의 잡지사와 회계분야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996년 사업차 방문한 한국에 정착해 귀화한 후 2004년 온 가족이 모두 귀화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숙자 회장이 처음 국내에 정착하며 만든 ‘진달래 냉면’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며 전국 5개 지점이 생겨날 정도로 성업 중이기도 하다. 김숙자 회장은 100% 자비를 들여 조선족 동포들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을 위해 지금의 재한동포총연합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노고를 쏟고 있는 그녀에게 조선족 동포들은 ‘대모’라는 수식어로 그녀의 공로를 크게 인정하고 있다.
김숙자 회장은 자신이 입국했던 15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5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보증금 50만 원이 없어 헤매고 있었는데, 어떤 한국인이 보증금을 내줬어요. 이때 가졌던 짙은 감사의 마음이 ‘베푸는 삶’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준 것이었어요.”라며 그녀가 재한동포총연합회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구로동에 위치한 연합회는 당장 오고 갈데없는 동포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48명 정도 수용가능한 공간이다. 김숙자 회장은 “국내 입국 재외동포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일자리 나눔 본부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한민족 경제인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그 역할을 설명했다.
다문화가정보다 못한 지원 개선되어야
하지만 김숙자 회장의 마음 한 구석은 아직까지 불편하다. 이유는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일을 근 20년 동안이나 묵묵히 해 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이 커질 터인데,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재외동포를 위한 법도 있고 적지 않은 정부 자금이 재외동포 지원 명목으로 지출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을 위한 법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나 지원이 있을 리 만무하지요.”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 할 것 없이 다문화가정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범주에서 벗어난 조선족은 사실상 아무런 혜택이 없는데 왜 그들만 피해를 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민족 임에도 도외시 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그녀였다. 그렇다고 김숙자 회장이 일방적으로 조선족 동포들의 대우만을 외치고 있지는 않았다. 각종 강의와 교육을 실시해 한국사회를 인정하고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었다.
김숙자 회장은 “대부분의 동포들이 한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무단횡단을 하거나 경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또 술을 강권하는 등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소소한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쌓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가 안타깝다. 그래서 한국 역사와 교양 강의를 병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소개했다. 부끄럽지만 한국사회도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냉랭한 것이 사실이다. 김 회장은 “한국인처럼 주민센터나 지역문화센터 등에 가보면 차별이 심해서 힘들다. 병원이나 관공서에 가면 신분을 보고 ‘조선족이시네요?’라고 반문한 후, 우리보다 늦게 일을 보러 온 사람들을 먼저 안내한다.”며 아직도 시선이 따갑다고 말한다.
일부 조선족이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일을 한 사실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도 그들을 모두 싸잡아 그렇게 치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김 회장은 “나를 포함한 조선족 3~4세는 그런대로 우리말을 하지만 이후 세대는 완전히 중국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중국의 조선족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는 못해도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조선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은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중국 내 조선족 공동체가 서서히 와해되어 가는 모습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고국의 따듯한 품속에서 한민족의 우수한 전통을 이어가면서 70만 동포 시대가 오고 있고, 한국 경제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연합회를 이끌어 가겠다.”고 한 번 더 힘주어 말했다. 같은 민족 임에도 법의 사각지대와 잘못된 선입견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조선족 동포를 위한 지원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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