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3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총 60일간 서소문 본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조선일보』 연재 기사 「화가의 수상」 ⑧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 산보_노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에서 인용했다.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이 시를 바탕으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시기별로 입산(入山, 1947~1958), 수행(修行, 1959~1968), 피안(彼岸, 1969~1973)으로 전개된다.
전시공간은 권진규의 아틀리에와 1965년 신문회관에서 개최한 1회 개인전 작품 전시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삼공블록과 벽돌을 이용해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하여 마치 관람객이 아틀리에에서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살펴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권진규에게 결국 천사인 말을 포함한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부처와 예수상, 승려상, 기물 등 다양한 작품과 함께 도서와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권진규의 소장 책 중 면밀히 살핀 흔적이 있는 도서와 여러 언어로 쓴 드로잉 북을 번역해 전시장에 비치했다. 창작의 순간에 남긴 메모와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드로잉 북을 영인본으로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들 자료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권진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 의제인 ‘제작’과 연계해 권진규의 주요 작품 제작 기법인 테라코타와 건칠 작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전시실을 마련하고 영원성을 추구하던 권진규의 작품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권진규의 작품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전시 특별 공연 <콰르텟 S 특별 연주회 — 권진규가 사랑한 클래식>과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된다. 전시 기간 중 시민문화유산 ‘권진규 아틀리에’(성북구 동선동 소재)가 매주 토요일 특별 개방(3.26.~5.28.)되며 유족이 진행하는 <나의 외삼촌, 권진규>가 매주 목, 토 오후 2시에 있다. 매주 토요일 1시, 2시 서소문 본관에서 ‘권진규 아틀리에’까지 셔틀버스(편도)를 운행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권진규는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고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였다. 그의 작품에 내재한 동시대적 의미를 편견 없이 들여다보고자 했다”라며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된 권진규의 작품을 보다 많은 관객과 향유하고자 광주 순회전을 기획했으며 2023년에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상설전시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체와 연결을 통해 상호 확장하는 네트워크형 미술관의 비전을 실천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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