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에서는 ‘두산인문극장 2022: 공정’의 기획 전시 <Skyline Forms On Earthline>을 4월 20일부터 5월 25일까지 개최한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2013년 ‘빅히스토리’를 시작으로 ‘불신시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까지 매년 다른 주제로 진행해왔다. 2022년에는 ‘공정’을 주제로 공연, 전시,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Skyline Forms On Earthline>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의 질서와 사고의 방식이 그려질 새로운 모양에 대해 함께 상상해 보고자 한다. 제각각의 질감과 높낮이를 가진 땅의 모양을 존중하며 그려지는 하늘의 모양이 만들어내는 균형처럼, 이 전시는 각자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개인'에 대해 생각하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다름을 인정’함으로부터 가능한 것을 상상하려는 시도이다. <Skyline Forms On Earthline>에 참여하는 4명의 작가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디디고 서 있는 기반을 다시금 인지하고, 주변을 헤아리며 품은 각자의 마음과 고민을 담아낸다.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시작하는 반성과 질문, 새로운 관계 맺음을 위한 제안, 그리고 어쩌면 만들어낼 변화에 대한 어렴풋한 희망이 뒤섞이며 완전하기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방향과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김민정의 작업 <(100ft)>(2016)는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기준도 절대적일 수 없음을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준다. 영상 속 두 남녀는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같은 속도로 걷는다. 동시에 한 걸음을 떼고 다음 걸음을 걷는 공평한 걷기 규칙으로 함께 이동한다. 그러나 걸으면 걸을수록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만다. 1ft라는 단위는 한 성인 백인 남성의 발 크기에 그 기원이 있다. 김민정은 정확히 1ft의 발 치수를 가진 백인 성인 남성과 그보다 작은 발은 가진 동양 여성이 나란히 걷고 결국 멀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존의 제도와 질서가 개별의 조건과 처지의 다름에 따라 어긋남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드러낸다.
문서진과 황예지는 사적인 단위에서 출발하여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차원의 삶의 차이에 대해 대조적인 언어로 접근한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각자 특정한 조건들을 ‘타고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조건이 각자의 삶에 혜택이거나 권력이 될 수도 있음을 쉽게 간과한다. 문서진은 <꼬리>(2022)를 통해 개인의 재능이 가장 중요한 선천적 조건으로 인식되는 예술에서도, 주어진 삶의 환경과 그로 인한 교육의 경험 등이 결국 예술가로서의 길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는 큰 동력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담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그의 태도는 자기반성을 넘어 함께 애쓰고 있는 동료들을 향한 마음을 담는다.
한편 사진기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포착하는 작업을 해온 황예지는 촬영이라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앵글 밖을 배제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각성한다. 가족을 잃은 지인과의 고백적인 대화로부터 비롯된 영상 작업 <리아>(2022)는 ‘리아’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죽음과 죽음의 변두리의 완력을 어렴풋이 더듬어본다. 단절되는 내레이션, 불쑥 찾아오는 가려움증, 부스럼이 일어난 피부 등의 ‘증상'이 책이라는 물질로 변환되어 탈각되며, 홀연 이별을 담담히 감각한다. 이는 사회적 통념과 기준 안에서 죽음의 가치와 애도의 수위가 판단되고 때로는 배제되기도 하는 현실을 반추하며, 모두에게 다를 애도와 이별의 과정, 의미를 재인식하려는 시도이다.
최태윤은 다양성의 인정과 공정함의 구현이 어긋나기만 하는 것 같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2022)을 포함, 드로잉, 설치, 벽화를 아우르는 그의 작업은 이 모순적 관계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변화의 희망을 찾는다. 그는 무심코 나누는 친구와의 일상적 대화, 홍콩 민주화 시위 속 커플의 대화, 지속되는 인종차별적 증오 범죄 등 삶 속에서 반성과 깨달음이 촉발되는 사건과 순간이 변화의 기점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긴다. 최태윤은 잘못을 시인하는 사회와 개인의 용기와 새롭게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제안하고, 비로소 작동할 개인들의 마음과 그 방향을 가늠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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