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수전 손택의 <앨리스 인 베드>를 8월 24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세계 연극 동향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 연극 레퍼토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현대희곡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 극작가, 예술평론가, 연극연출가 등으로 활동하며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고 불린 수전 손택이 1991년 발표한 희곡 <앨리스 인 베드>를 통해 질병과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주목해 보고자 한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주목하며 다양한 개인의 삶을 톺아보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이연주 연출을 만나 독특하고 재치 있는 시선으로 풀어질 전망이다.
<앨리스 인 베드>는 19세기 미국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인 앨리스 제임스가 주인공으로 쓰여진 허구의 이야기로 수전 손택의 유일한 희곡이다. 유명한 소설가였던 헨리 제임스를 오빠로 둔 앨리스는 집안의 막내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우울증과 유방암 등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며 대부분의 삶을 침대에서 보냈다. 이런 앨리스의 세상에 상상 속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앨리스의 생각 속 세상이 침대 위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무대 위에 펼쳐진다.
또한, 앨리스는 또 다른 19세기 실존 인물인 미국의 평론가 마가렛 풀러, 미국 천재 시인 에밀리 디킨스와 예술 작품 속의 인물인 발레 ‘지젤’의 미르타, 오페라 ‘파르시팔’의 쿤드리를 초대해 티파티를 연다. 이 장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유명한 미치광이 모자 장수의 티파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면으로 공연의 또 다른 재미 요소이다.
한편, <앨리스 인 베드> 속 주인공 앨리스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닌 여러 명의 배우가 맡아 무대 위에 등장한다. 배우들은 장면 안에서 앨리스가 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며 다양한 시선들을 가지고 앨리스라는 인물을 배우 각자의 목소리로 표현해낸다.
이연주 연출은 “질병과 장애를 경험한 앨리스의 세계가 어떻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스스로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려고 한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으며, “어떤 세계가 그대로 존재한다는 그 자체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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