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에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우섭 화가는 오랜 사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학창시절부터 품어온 화가라는 꿈에 다가가고자 기꺼이 붓을 집어 들었다. 이윽고 그는 자신만의 개성적 화풍을 다듬어가며 ‘팔순 잔치’ 대신 여든에 ‘첫 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하는 등 화가 ‘이우섭’으로 제2의 인생을 활짝 펼쳐나가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우섭 화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심층 취재했다.
나만의 새로운 기법에 도전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이우섭 화가는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회사 ‘SUBI DESIGN’(서비디자인)을 운영했다. 이렇듯 그는 수십 년간 서비디자인을 운영해왔지만, 단 한순간도 그림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이에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달 인사동 일대 갤러리에서 약 1,500점의 작품을 감상했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잘 그린 그림은 참으로 많지만, 정작 좋은 그림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제가 세상에 없던 저만의 그림을 그리려는 이유입니다. 이에 누구의 것을 흉내 내거나 맹목적으로 과거 대작들을 좇는 게 아닌 저만의 새로운 기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최한 이우섭 화가의 제2회 개인전은 한층 성숙한 그만의 드립핑(dripping) 기법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는 이날 <Trace> 연작 및 신작 18점을 선보였는데, 작품마다 기존 그림 양식과 시류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보적인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양식화된 전형적인 기법이 아닌 우연과 시간의 흐름에 맡긴 작업으로 작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립핑 및 번짐 기법을 통해 시간의 유한성을 정제된 색감으로 기품 있게 표현한 그의 연작들은 미술 애호가와 감상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우섭 화가 역시 앞으로도 어떤 주류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미술 언어를 개척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제 화실에서 홀로 그림을 그릴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 행위 자체가 좋습니다. 누군가의 제자가 되기도 싫고, 저 역시 누군가를 가르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정규교육 밟고 온 분들과 저는 많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저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자연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좋은 그림을 그려가겠습니다.”
이우섭 화가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는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작가 자신이 정의 내릴 수도 없을뿐더러 그것은 오롯이 보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는 그저 그림만 그리면 될 뿐이라고 강조하는 이우섭 화가. 그의 신작들을 마주할 수 있는 세 번째 개인전이 벌써 기대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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