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승의 개인전 <Kang Seung Lee: The Heart of A Hand>이 3월 25일부터 7월 22일까지 미국의 빈센트프라이스아트뮤지엄(Vincent Price Art Museum)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선구적 안무가인 고추산(Goh Choo San, 1948-1987)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삶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2021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잠시 찬란한>에서 고추산에 관한 드로잉과 영상 작품을 처음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작가는 고추산의 삶과 활동을 연구 및 조사하고, 유족과 주요 관련 인물을 인터뷰하면서 <손의 심장(The Heart of A Hand)>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왔다.
고추산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1987년 39세의 나이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워싱턴발레단(Washington Ballet)의 레지던트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 휴스턴발레단(Houston Balle), 조프리발레단(Joffrey Ballet) 등 미국의 중요한 발레단과 활발하게 협업했지만, 오늘날 그의 업적과 유산은 미국의 문화사, 예술사 그리고 퀴어 역사에서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그의 태생이 지닌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그가 서구 발레계에서 아시아인 댄서와 안무가가 전무하던 시절에 활동했던 점, 여기에 더해 그와 그의 많은 퀴어 동료가 에이즈 대유행 시대에 사망했다는 점이 이유로 작용했다.
전시에는 신작이 대거 소개된다. 작가는 고추산의 파트너이자 6개월 차이로 뉴욕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로버트 매기(H. Robert Magee), 고추산의 발레 스승이자 친구였던 야넥 셰르겐(Janek Schergen, 현 싱가포르발레단 예술감독), 그리고 발레댄서이자 싱가포르발레단 창립자인 그의 누나 고수킴(Goh Soo Khim)과의 관계를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삶과 역사적 부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염소가죽(Goatskin parchment) 드로잉 시리즈를 제작했다. 삼베에 금실로 수를 놓은 작업을 통해서는 개인과 커뮤니티의 비극 속에서 잊힌 기억과 보존된 기억을 되짚어 기린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동명의 싱글 채널 비디오 작품 <손의 심장>이다. 이강승은 필리핀계 트랜스젠더/넌바이너리 안무가인 조슈아 세라핀(Joshua Serafin), 필름메이커인 네이슨 머큐리 킴(Nathan Mercury Kim)과 협업해 초국가적인 유산과 세대 간의 기억을 통해서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퀴어미래'를 표현한 비디오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1981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미카일 바리쉬니코프(Mikhail Baryshinikov)가 커미션했던 고추산의 안무 <Configurations>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 작품에서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조슈아 세라핀은 고추산의 삶과 업적을 기리고 그의 인생의 여러 굴곡을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서 표현하는 동시에, 그의 안무를 해체하여 미래적인 퀴어 이미지를 그려낸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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