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 최대 규모와 역사를 지닌 빅토리아국립미술관(NGV), 18세기 건립 이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인 피바디에섹스미술관(PEM), 멕시코 내 주요 미술관 20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미디어/퍼포먼스 행사인 토노페스티벌(TONO)과 함께 한다. 스토리텔링, 긴장감, 몰입의 경험을 강화하고자 새로 개편된 ‘워치 앤 칠 3.0’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열고 각 기관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별 주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경험하게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로그인을 통해 서비스 구독을 신청하면 한 주에 한 편씩 새로 공개된 미디어 작품을 한국어/영어 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한승재, 한양규, 윤한진)가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건축 설치작 <서스펜스의 도시>(2023)를 선보이는데, 마치 가상 세계에 진입한 것 같은 미로 속을 탐색하며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했다. 이 밖에 박찬경, 자콜비 새터화이트(Jacolby Satterwhite), 정재경, 세실 B. 에반스(Cecile B. Evans), 클럽 아테(Club Ate) 등 한국, 호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지역의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등이 참여했다.
‘서스펜스(suspense)’의 방법론을 구사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몰입으로 점유된 시공간을 탐색하는 이번 온라인 플랫폼과 전시의 콘텐츠는 ‘달빛 아래 풍경’, ‘증거의 재구성’, ‘몸의 변이’, ‘죽지 않는 퍼포먼스’,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 ‘달빛 아래 풍경’은 기이함의 풍경을 다룬다. 가루쉬 멜콘얀(Garush Melkonyan), 권하윤, 장민승, 앨리슨 응우옌(Alison Nguyen), 닉 해밀턴(Nic Hamilton) 등의 작품을 통해 안정감이 이질적인 불안정함으로 전환되는 순간,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의 심리적 변화를 살펴본다. 2부 ‘증거의 재구성’에서는 허구적 서사 혹은 실제 역사 속 일어난 범죄의 증거들을 찾기 위한 감식의 노력을 다룬다. 리오 샴리즈(Lior Shamriz), 정재경, 팔로마 콘트레라스 로마스(Paloma Contreras Lomas), 피아 보오리(Pia Borg), 파이어룰 달마(Fyerool Darma) 등의 작품은 선과 악, 적합과 위반의 경계 사이의 모호함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3부 ‘몸의 변이’는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하는 신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이스 로케(Luiz Roque), 리앙 루스콤비(Liang Luscombe), 리오 샴리즈, 메리엄 베나니(Meriem Bennani), 송상희 등의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 생존과 구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육체의 변이와 변형의 장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4부 ‘죽지 않는 퍼포먼스’에서는 삶의 유산을 재연함으로써 죽지 않음(不死)을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살펴본다.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ón Gallardo), 정은영, 카리나 우토모 & 큐라8(Karina Utomo & Cūrā8), 클럽 아테(Club Ate) 등의 작품은 ‘죽지 않는 존재(undead)’가 상징하는 타자성과 비인간적 존재들 간의 친밀감을 무대에 올리며, 규범적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관계들을 조명한다. 5부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환상을 살펴보며 재앙의 시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재고해보고자 한다. 박찬경, 스카위나티(Skawennati), 자콜비 새터화이트, 정재경, 치트라 가네쉬(Chitra Ganesh) 등 작가들이 파국적 현실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설정한 상상의 세계관 속 대안적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주체들이 마주하는 세계를 가늠하고자 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우리나라가 중심축이 되어 아시아, 유럽, 중동, 미국 및 오세아니아로 뻗어나가는 미술 한류 프로젝트”라며 “3개년 운영으로 새로운 국제 협력의 모델로 자리 잡은 ‘워치 앤 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제고하고,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난 지금 새롭게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