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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거미집> | 2023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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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거미집>의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첫 작품인 <조용한 가족>부터 당시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앙상블 영화를 선보였다. 개성과 매력,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공존하고 부딪히는 앙상블은 그 자체로 스토리를 만든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영화 현장은 팀워크가 중요하게 요구되는 공간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협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앙상블 영화만이 <거미집>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파워 앙상블을 완성시킨 이유를 밝혔다.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거미집>은 공평한 지분을 가진 배우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흔한 스타 앙상블이 아니라 시대와 조건이 만든 장애물이 드리워진 영화 현장 안에서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스토리를 다이내믹하게 가져가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또한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이 자신의 영화 중에서 가장 대사가 많은 작품이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사로 재미와 유머,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자기 소리들을 내는데, 그게 앙상블이 잘 맞춰진 화음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대사를 가장 잘 가지고 놀 수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했다"는 말로 독보적인 개성과, 또렷한 딕션, 말을 자유자재로 악기처럼 구사하며 만들어낼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살아있는 유쾌한 앙상블에 신뢰감을 더했다. 

서슬 퍼런 검열 등의 시대 상황, 다 찍은 영화를 왜 다시 찍냐는 제작자의 당연한 문제 제기, 촬영장에 와서야 배우들이 대본을 읽던 당시 풍경 등 그 시대의 독특한 조건과 시대를 막론하고 창작자로서 감독이 직면하는 여러 악조건을 배경으로 개성과 욕망의 앙상블을 그린다. 인생이 그러하듯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의도와 서로 다른 목적이 부딪힐 때 나오는 드라마는 인간사의 희비극을 그린다. 9월 27일 개봉.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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